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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곳은 노약자 비보호구역입니다
  • 백민정
  • 등록 2020-09-28 1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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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기자는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마스크를 미착용한 경우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하루는 한 고객이 유모차를 끌고 왔다.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기는 3살 미만으로 보였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기자는 고객에게 아기의 마스크 착용을 부탁했고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 어린 아기는 마스크를 못 써요”였다. 기자 주변에는 그 나이대의 아기가 없어서 아기의 마스크 착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렇다면 하루에도 사람들이 300명 가까이 드나드는 매장 내부에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퍼져있을 경우, 아기는 어떻게 보호되는 가. 노약자나 천식 환자 등 심폐 능력이 약한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 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마스크를 써도, 쓰지 않아도 위험한 것이다. 펜데믹에 무방비로 노출된 이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누가 이들을 보호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가.

 

 한편, 매장 방문 시 명부 작성을 의무화한 이후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합의되지 않은 연락을 취하는 범죄가 발생함에 따라 종이 명부 작성이 축소됐다. 이에 대안으로 제시된 QR코드를 이용한 출입 명부 작성은 노약자를 정보 소외로 몰아넣는 결과를 야기했다. 사회적 약자가 안전을 보장받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바이러스로부터 보호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1년 가까이 펜데믹이 이어지면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됐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경멸의 눈초리가 쏟아지고,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다가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인류는 각박한 사회 속 시민의식의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바이러스 앞에 모두가 약자의 입장이 된 현재 기존의 사회적 약자는 권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19의 창궐 이후, 약자들의 세상에서 우리는 노약자 비보호구역에 살고 있다.

 

백민정 기자│1009bmj@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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