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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후] 후회는 선택의 부산물
  • 김현빈
  • 등록 2020-08-31 10: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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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길어서 지루했던 장마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푸른 하늘 대신 푸른 바다를 보기 위해 해변으로 모여 들었다. 기자도 이번 여름에 바다를 찾았다. 사진 속 주문진 해변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니 옛 자기소개서에 써놓았던 바다라는 가치관이 떠올랐다. 그동안 기자는 늘 바다와 같이 넓고 깊은 사람을 동경했고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 속에서 정작 떠오른 것은 후회 뿐이다. 기자가 내린 선택에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옛날의 다짐 속 바다 같은 사람은 커녕 후회를 바다만큼 채우고 살아온 것 같았다. 과거에 결정이나 결단을 내렸을 때, 가끔은 선택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두려움, 때로는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이러한 감정들에 휩쓸린 뒤에는 항상 올바른 판단이나 결심이 매우 어려웠고, 이 때문에 이어지는 선택의 순간에서 늘 담대히 해내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지난날을 회상하던 중 문득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주문진 백사장을 걸을 때마다 뒤따라오던 발자국들을 보고 선택에는 필연적으로 후회가 뒤따라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걱정이나 염려 없이 결정을 내린 적도, 결정 후에 후회가 없던 적도 없었다. 걸어온 자리를 되돌아봤을 때 기자의 무수한 발자국들이 한순간 파도에 휩쓸려 없어지는 모습을 보고 후회는 자연스레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생에 있어서 완벽한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후회 없는 선택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부정적인 관념들을 바다같이 넓고 깊게 포용 또는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감내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으로 자신을 품을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품을 공간만큼 그릇이 큰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그릇이 점차 넓어지고 깊어진 후, 비로소 바다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후회는 선택으로 이루어진 삶 속에 언제나 존재하는 부산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기를 당부하고 싶다. 또한 그러한 방식으로 뒤따라오는 후회라는 존재에 지레 겁을 먹지도, 혹은 과소평가하지도 않았으면 한다. 해변이라 쉽게 생기는 발자국들처럼 부정적인 생각들은 늘 우리 주위에 쉽게 생기지만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사진 김현빈 기자hyeonbin2246@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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