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부 피로 현상, 기부포비아
  • 한수림
  • 등록 2020-06-09 08:50:19
기사수정
  • 우리가 기대하고 나눴던 작은 손길, 투명한 기부는 없었다.
최근 위안부 할머니들을 후원하는 M 단체에서 기부금을 전달하는 과정 중 일부 금액이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본지에서는 과거에 논란이 된 자선단체의 사례를 알아보고 앞으로 개선돼야 할 기부 단체의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


 지난달 6일 M 단체가 정의연에 기부한 금액과 정의연이 국세청에 신고한 금액이 달라 논란이 됐다. 정의연은 지난 2016년부터 작년까지 M 단체로부터 약 8억 7,000만 원을 기부 받았다고 국세청에 공시했지만, 실제 기부액보다 약 2억 4,000만 원 적은 금액이었다. 기부금이 공시에서 누락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은 지난 2014년부터 6년간 M 단체로부터 약 6억 5,400만 원을 기부 받았지만 정작 국세청에 공시한 금액은 약 1억 800만 원으로, 약 5억 4,000여만 원이 공시에서 누락됐다. 이에 정의연은 “회계 부분은 공시 오류”라 며 “회계감사를 받고자 절차를 진행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떠오르는 지난 날

 

 정의연 비리 의혹뿐만 아니라 실제로 다양한 기부 비리 사례들이 존재한다. ‘사랑의 열매’로 익숙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2010년 국민 성금 유용 비리가 밝혀져 그해 사랑의 온도탑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또한, 새희망씨앗 단체는 지난 2014년부터 3년간 약 5만명의 시민에게 지역사회 소외계층 아동 청소년 후원을 목적으로 받은 128억 3,735만 원 중 127억원 가량을 가로챘다. 시민들에게서 받은 후원금 중 1.7%인 2억원 만이 실제 후원금으로 사용됐으며, 그들이 받은 기부금의 대부분인 127억 원은 △사무실 운영비용 △직원들의 월급 △새희망씨앗 회장 개인의 아파트 구입비 △요트 파티 △골프 여행 등 개인의 호화로운 생활에 사용됐다.

 

 기부에 대한 비리는 단체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사건으로도 발생했다. 지난 2005년 11월 9일 MBC의 '화제집중'에 출연하면서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은 ‘거대 백악종’이라는 유전병을 앓고 있었는데,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딸을 위해 후원금을 받았다. 하지만 이영학의 살인 혐의가 밝혀지며 기부금을 모아 실제 치료비로 사용한 건 1억여원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외제 차 구매 등에 썼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이외에도 △평화의 소녀상 기부금 100만 원 △충북적십자사 기부금 누락 △유니세프 비리 의혹 등의 기부 비리 사례가 존재한다.

 

기부를 기피하는 사람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만 65곳이며 이에 따른 사람들의 기부 기피 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기부포비아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는데, 기부포비아란 자신이 기부한 돈이 올바로 쓰이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기부율이 저하되는 현상을 말하는 단어로, 기부와 공포(phobia)의 합성어다.

 

 이러한 기부포비아를 완화하려면 기부 단체에 대한 신뢰감이 필요하다. 신뢰할 수 있는 기부 단체는 없을까?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목적 의식을 바탕으로 시작한 산타비전은 자원봉사조직과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산타비전 재단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기부 과정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단체의 스마트 계약을 통해 기부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기부금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을 활용해 투명하게 기부금의 사용 내역을 밝히는 것이 기부포비아 현상을 막는 하나의 해결책이다.

 

한수림 수습기자│cottage78@kgu.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