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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後] 옥타곤을 다시 아고라로
  • 조승화
  • 등록 2020-05-25 09: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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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2017년 청와대 홈페이지를 ‘국민소통플랫폼’으로 개편하면서 도입한 전자청원 플랫폼이다. 미국 백악관의 ‘위 더 피플’을 모티브로 삼았으며 청원을 등록하고 30일 동안 20만 개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정부 관계자들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의제 설정 기능과 공론화 장의 역할을 해 국민들이 더 쉽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한 몇몇 전문가는 새로운 청원이 올라올 때마다 이슈화되는 등 국민청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만족도가 높다고 보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청원의 취지와 기능이 변질됐다는 지적이 늘었다. 현재 국민청원에는 부적절한 청원이 난립하고 있다. 청와대가 100명 이상의 사전 동의를 받게 해 그 같은 청원이 줄긴 했지만, 허무맹랑한 내용이거나 행정부의 권한 밖에 있는 일의 처리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답변하기 부적절한 청원도 적지 않게 올라온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갈등이나 논란이 발생하면 국민청원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개의 SNS 계정을 이용해 조작하는 정황까지 포착됐고 이로 인해 여론이 한쪽으로만 쏠려버리는 등의 상황이 발생했다.

 

 본래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하는 소통 정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최근 화젯거리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정도로 쓰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취지와 신뢰성을 잃고 말았다. 부적절한 청원이 난립하고 다른 이들의 정치 참여를 훼손하는 상황을 만든 것은, 개인적인 목적을 달 성하기 위해 국민청원을 악용한 일부 개인들이다. 이러한 오남용이 국민들의 새로운 아고라를 옥타곤으로 만들었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옥타곤을 아고라로 되돌릴 방법은 국민들의 자정 노력과 청와대의 적극적인 대응이다. 국민청원은 아직 돌아오지 못할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움직이지 않는다면, 모래 위에 있는 성처럼 언젠가는 무너져 버릴 것이다. 이제는 국민이 응답하고 청와대가 행동해야 할 차례이다.

 

 글·사진  조승화 기자│tmdghk0301@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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