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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그라드는 관심, 죄를 잊는 가해자
  • 김수빈
  • 등록 2020-05-25 09: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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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세간을 뜨겁게 달구며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했던 조주빈의 재판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지난 9일 n번방의 주동자인 ‘갓갓’ 문형욱이 검거됐지만 아직까지도 각 방에 돈을 내고 입장했던 방관자들이나 관리자 등 공범들이 모두 검거된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조주빈 측이 성 착취물 피해자의 진술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조주빈이 계속해서 증거 인정 여부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피해자가 직접 재판에 출석해 조주빈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에 증인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피해자가 느낄 두려움은 막을 수 없다. 또한 조주빈은 전자발찌 부착명령에 이의를 제기했다.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직접 하지 않았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다.

 

 이처럼 가해자들을 향한 심판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는 비슷한 범죄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들의 가해자들이 미성년자거나 20대 초반이라는 점이다. n번방 및 박사방 사건(이하 성 착취물 사건)의 가해자들 또한 10대와 20대 초반이다. 가해자의 나이가 어려지는 만큼 피해자들의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 착취물 사건을 향한 대중들의 관심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아직까지 해결된 사건은 하나도 없다. 아주 오래 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는 디지털 성폭력의 뿌리는 뽑히지 않았다. 관심이 미미해질수록 가해자들도 뻔뻔해진다.

 

 대중들에게 잊혀져가는 사건 중 하나인 버닝썬 사건도 마찬가지다. 정준영을 비롯한 단체 채팅방 멤버들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은 윤 총경은 무죄로 석방됐으며 가해자인 정준영과 최종훈은 1심에서 각각 징역 6년과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심을 신청했다. 다행히 항소심에서도 둘 다 실형을 받았지만 최종훈의 경우는 절반으로 형량이 줄었다. 여성을 강간하고 영상을 공유하는 디지털 성폭력을 행한 범죄자가 받은 형량은 결국 5년, 2년 6개월로 끝이 났다. 과연 이번에 문제 된 성 착취물 사건의 가해자인 조주빈과 문형욱 등의 형량은 어떻게 될까.

 

 모든 사건은 끝날 때 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대중들을 향해 죄송 하다며 고개를 숙였던 그들은 무죄를 주장했으며 검거되던 조주빈은 피해자들이 아닌 엉뚱한 사람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관심이 사라질수록 반성도 함께 사라진다. 그들이 반성하는 척이라도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만 할 것이다.

 

김수빈 기자│stook3@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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