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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주체적 인식
  • 편집국
  • 등록 2020-04-27 12: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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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그 질병이 우리를 습격하였을 때에 우한폐렴(武漢肺炎)이라고 하였다. 당혹스러웠다. 도대체 생소한 이것이 무엇인데, 이리 호들갑을 떨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점차 질병의 정체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 질병의 본질을 인식하고 방역수칙을 제시하고 그에 따르게 되었다. 갑자기 이를 특정한 기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디지즈 19(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라고 하고, 이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라고 번역하였다. 이 명칭의 이면에 국제적 역학 관계가 있었음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인간이 언어를 만들고, 언어를 시대적 상황에 맞게끔 사안에 따라서 조성하여 질병을 예방하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우리를 사로잡고 실행하도록 한 것도 말로 등장하였다. 이른 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physical distancing)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력하게 시행되면서 방역대책에 일정하게 우리는 동조하게 되고 동시에 이것이 일반화되면서 이 용어의 소종래가 궁금하여졌다. 내력이야 어쨌든 이것이 우리의 말은 아니고, 특정한 나라에서 특정한 감염병을 겪으면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니 이것에 기원한 것에 관계없이 질병의 감염과 전파를 막는데 도움이 되고 그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하는 점을 분명하게 증명하였다.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전혀 내막을 모르는 개념도 있어서 문제이다. 일상적인 언어의 차원에서 벗어나서 용어가 생경하게 들어와서 우리를 당혹하게 하는 면도 있다. 이 질병의 근간이 종간전파에서 비롯하여 인간 전파를 핵심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낸 말이 더욱 우리를 새롭게 정의하도록 요구한다. 그렇게 해서 대면강의, 비대면강의는 성공한 말 가운데 하나이다. 비대면강의 때문에 고통받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이 말이 달갑지 않으나, 일상화되어 이제 사회 전체를 통제하는 개념이 되어 자리잡았다. 확진에 의한 자가격리 역시 현상을 규정하는 용어이지만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말 가운데 하나이다.

아리송한 말이 그 다음에 판을 치고 있다. 팬데믹(pandemic), 코호트격리(cohort isolation),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등은 위력을 가진 말이 되었지만 시민들이 모두 알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 이를 거르지 않고 이를 활용하니 이 때문에 알 권리와 적확한 이해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팬데믹은 달리 질병의 세계적 대공황으로, 코호트격리는 동일집단 격리로, 승차 진료 등으로 번역하는 것도 한 방편일 수 있다. 이미 쓰고 있는데 이것을 굳이 되돌려서 어떠한 실익이 있는지 따지는 것을 어리석다고 하지 말자.

그 말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검색 엔진에서 찾으면 될 수 있다. 이 개념이 얼마나의 보편성을 획득하고 알 권리에 충족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방역 당국에서 고심어린 용어로 선정하고 고군분투하지만 이 때문에 자칫 이해에 오해를 부를 수도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다. 이번 질병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모두 고통을 받고 있다. 자가격리라고 하는 말은 점잖게 질병을 다스리기 위해 고안한 말이지만, 이를 달리 말하면 환자로 가정하고 감염증상을 판단하는 일종의 시민 가두기 방편이다. 이러한 결정을 내려서 새로운 질병에 대응하면서 우리는 질병으로부터 일정한 보호막을 치고 있는 셈이다.

의학 용어가 하나로 통일되고 공유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고, 이와 달리 전문적 의학 용어를 일반화해서 시민 모두 알 수 있는 용어로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병은 세계적인데 문제는 병을 앓는 사람은 시민이다.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 말을 쓰고 그것으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질병을 두려워하면서 인간전파에 의해서 고통받고 사는 점을 분명하게 알아야만 할 것이다.

시민들은 처음에 잘 모르다가 점차로 정체를 알고 이 존재에 대한 철저한 방역 원칙에 동조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일들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 질병의 세계사적 전개와 인식을 통해서 우리는 질병의 정체를 파악하고 이를 분명하게 인식하는 일을 분명하게 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주체적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의 인식이 긴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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