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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순환과 반복 그리고 재생
  • 편집국
  • 등록 2020-04-13 09:32:37
  • 수정 2020-04-13 09: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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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미증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100나노미터 크기의 바이러스가 세계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지경으로 내몰고 있다. 이처럼 인류 역사상 전지구가 동시에 빠짐없이 하나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은 없다. 역사상 가장 큰 공포의 기억으로 회자되는 14세기 흑사병도, 1차 세계대전과 맞물려 당시 세계인구 1/4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스페인 독감도 코로나19에 비하면 국지적이었다. 모르는 것도 없고 모를 것도 없을 것 같은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최첨단 의료장비와 수많은 의료진도 터져 나오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다. 각국은 도시를 봉쇄하고 나라 전체의 이동을 금지시키거나, 국가 간 모든 활동과 이동을 정지시키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어떤 전쟁도, 어떤 위기로도 지구를 이렇게 한꺼번에 멈추게 한 적은 없었다. 역설적으로 경계없이 넘나드는 바이러스가 모든 인간이 평등함을 입증하고 있다. 남녀노소, 빈부격차, 지위고하, 인종, 국가, 어떤 경계도 상관없이 생물도 아닌 이 바이러스는 영악스럽게 최고의 감염력을 보이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바이러스는 DNA만으로 이루어져 숙주세포에 침투해 유전정보가 담긴 RNA를 복제하면서 숙주세포 안에서 바이러스 완성체를 이룬 후 세포를 탈출해 다른 숙주를 찾아 떠나는 방식으로 전파된다. 현재 기술은 이러한 바이러스들의 유전자 정보와 특성을 거의 파악하지만 바이러스의 특성상 대규모 감염과 전파가 이루어진 뒤, 뒷북을 치며 따라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생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법으로 숙주가 60%이상 감염 후 면역력을 가지게 되면 힘을 잃게 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물론 그 사이에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백신은 개발될 수 있고 막아내는 것이 가능해 질 것이다.

그러나 바이러스 역시 놀고 만 있지 않을 터, 지금과 같은 환경과 생태의 파괴, 실험실 속에서의 유전자 조작 등 지구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인간들의 삶의 패턴이 계속되는 한, 사스, 메르스, 에볼라,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독감, 코로나19처럼 명칭과 전파력, 숙주가 인간이냐 동물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바이러스는 업그레이드되면서 더 빈번하게 돌아 올 것이다.

코로나19는 진행 중이지만 언젠가 많은 휴유증을 남기면서 수습되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만큼 전면적으로 현재 우리의 삶과 시대를 들여다보게 한 사건은 없었다. 선진국, 강대국이었던 국가들의 민낯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전 세계가 유례없이 동시에 뼈아픈 대가를 치르고 있기 때문에 인류는 교훈없이 코로나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 세계를 어떻게 규정하고 만들어 가야 하는가? 14세기 대흑사병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환희의 송가가 재탄생을 의미하는 르네상스를 열었던 것처럼 지금까지 우리 삶의 기반에서 존속해 온 20세기까지의 현대산업주의의 시대가 진정하게 막을 내리고 문명사적 전환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코로나19로 전사회가 물리적으로는 멈추었으나 온라인으로는 연결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평소에는 도입이 쉽지 않았던 최첨단 정보기술의 활용이 전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실시간 국가별 코로나 관련통계의 수집과 노하우공유 등과 민간차원의 다양한 채널을 통한 세계의 상황 공유등도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비대면 진료, 비대면 회의, 온라인수업 등을 진입장벽없이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각국이 위기 상황에서 급속하게 확보한 개인정보들을 토대로 위기상황에서 정당화된 권력들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그런 만큼 확보된 정보들이 잘못 쓰이지 않도록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는 시민사회들의 민주적, 자율적 집단지성도 동시에 발휘되리라 생각한다. 그러한 힘들이 전 세계가 새로운 바이러스 창궐을 막기 위한 체계적 대비가 가능하도록 우호적으로 작동할 것이라 기대한다,

이번 코로나19를 대처하는 대한민국의 역량이 세계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세월 우리사회가 쌓아온 여러 차원의 저력이 이번 위기에서 힘을 발휘한 것이다. 이러한 힘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서 선하고 지속적 영향력으로 뻗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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