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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성에 대하여
  • 문예슬
  • 등록 2020-03-16 09: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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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조건적인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혹자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본능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모성애를 정답으로 내놓곤 한다. 하지만 과연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인 모성애가 생기는 것일까? 이를 소설 ‘케빈에 대하여’를 통해 알아보자. 

 유명 여행 작가이자 자유로운 여행가 ‘에바’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 ‘프랭클린’과 만나 아이를 가지게 되고 부모로서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아들 ‘케빈’을 낳는다. 엄마라는 역할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은 에바는 ‘내가 정말 이 아이를 원했는가?’ 라는 의문을 가지며 케빈에게 애증의 감정을 갖게 된다. 또한 케빈은 유소년기 시절부터 그녀에게만 유독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일삼아 이 감정을 증폭시킨다. 에바는 이런 상황을 프랭클린과 함께 해결하려 하지만 케빈의 또 다른 모습을 모르는 프랭클린은 케빈은 좋은 아이이고 에바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라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모자간의 아슬아슬한 관계가 진행되다 딸 ‘실리아’를 낳은 에바는 딸에게 신경을 쏟고, 케빈은 동생의 기니피그를 죽이는 등의 난폭한 행동을 보인다. 더이상 케빈의 행동을 제어하기 힘들어진 에바가 불안증에 시달리며 예민해지자 이를 참지 못한 남편은 그녀에게 이혼을 제의하게 된다. 그러나 얼마 후, 케빈이 저지른 끔찍한 대학살이 에바의 삶을 산산조각 낸다. 

 이 소설은 에바의 시점으로 전개되며 독자들은 그녀의 감정 변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에바는 아이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모성애라는 감정을 억지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이것은 에바의 잘못이 아닌 모성애라는 감정을 은연중에 강요하는 사회의 잘못이다. 감정은 수학의 공식처럼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같은 원인이 존재한다고 해서 모두에게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만약 누군가가 에바에게 사회가 정해놓은 ‘좋은 엄마’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줬다면 미흡하더라도 자연스러운 관계가 구성됐을 것이고 이처럼 비극적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함께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프랭클린은 에바에게 좋은 엄마가 돼야 한다고 다그치지만 본인 스스로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런 프랭클린의 모습이 모자간의 관계를 더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모성이란 감정을 앞세우며 엄마라는 개인에게만 가족 관계의 책임을 지게 하면 안 된다. 우리는 케빈을 안아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 사회의 모든 에바들 역시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문예슬 기자│mys0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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