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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넘어서는 슬기
  • 편집국
  • 등록 2019-10-07 11: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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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는 분열과 갈등을 자아내는 시대이다. 나라 안팎이 고요하지 않고 사방팔방으로 시끄럽고 온통 자신이 옳다고 울부짖는 함성과 헐뜯는 소리가 난무한다. 급기야 나는 옳고 저는 틀리다고 하면서 시비가 분분하고 저마다의 타당성과 부당성이 충돌하면서 나라가 갈라지고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에 깊이 골이 패고 민족이 하나라는 생각에 금이 가고 있다. 있는 자와 없는 자, 힘을 가진 자와 힘을 갖지 못한 자 사이에 온통 시퍼런 피멍이 들어가고 있다.

   게다가 나라가 안팎으로 근심과 시름에 휩싸여 있다. 이 시대의 상황을 일러서 구한말의 반복이며 그 시대의 문제가 이 시대에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하는 학자들의 견해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유구국(琉球國)를 이끌었던 명재상 채온(蔡溫, 1682-1761)이 말한 바 있다. “무릇 나라는 밖으로 두려워 할 것이 없으면 반드시 안에서 근심이 생기고, 밖으로 두려워할 것이 있으면 반드시 안에는 근심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내우외환이라고 말할 정도로 국제정세가 녹록치 않다. 안팎으로 슬기가 사라지고 명철한 논리가 부재한지 오래이다.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는 혜안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념갈등, 빈부갈등, 세대갈등, 보혁갈등 등을 넘어서는 발상의 전환과 혁명적인 착상이 요구된다. 갈등이 있는 곳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고 소모적인 논쟁과 언사를 청산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분열의 첨예한 에너지 속에 바람직한 융합의 길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핵분열이 핵융합일 수 있는 길을 찾아야 마땅하다. 그렇게 해야만 참다운 길이 열리고 바람직한 미래를 열 수 있다.

    근대 초창기에 우리나라에 왔던 선교사들의 삶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련의 종교 운동을 벌인 이들이 이 땅에 순기능을 했는가 역기능을 했는가 거듭 반문하여 보자. 자신의 신앙이 옳고 타당하기 때문에 하느님의 섭리를 전하고자 선교사들이 밀려들어 전국적인 곳에서 기독교의 가르침을 실천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 가운데 호주 매씨 맥켄지 일가들이 이 땅 조선에 와서 활약한 증거가 사진으로 남아 있어서 적지 않은 감동을 주고 시대의 아픔을 가슴 아프게 증언한다. 헐벗고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자신의 생애 전부를 다 바치고, 더욱이 세대를 넘어서서 2세대까지 한국에서 신앙을 실천하면서 의료와 교육으로 이 땅의 백성을 살려주었던 이들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그리고 쓸쓸히 이 세상을 떠난 이들의 삶이 참으로 아름다운 발자취를 이 땅에 남겨 놓았다.

    이들에게 배울 수 있는 지혜는 다른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엇이 이 사회가 근본적으로 질병을 앓고 있는지 깊이 있게 성찰하였다. 호주의 시드니항을 출발하여 장장 99일의 시간을 경과하여 부산항에 도달하여 그들은 한센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백정으로 교회에서 기도도 함께 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 주목하였다. 모두 신 앞에서 평등한데 이들이 버림받고 고통받는 것을 청산하려는 노력을 한껏 했음을 볼 수가 있다. 거룩한 이들의 희생에 가슴이 미어지고 이들의 삶을 실현하는 각성이 우리에게 필요함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 사랑이 투쟁의 해결책이다. 갈등의 소인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 갈등을 풀어내는데 사랑과 치유만이 유일한 방책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서 이 시대에 우리가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삶을 사는가 생각해야만 한다. 그것이 곧 적극적인 대안이고 실천임을 생각해야 한다. 자기를 내려놓지 않고 남을 헐뜯는 것은 필요한 방안이기는 해도 최선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적극적인 투쟁의 방안이 화합이고 용서임을 강조하여야 한다.

    호주 선교사들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전법을 하기 위해서 서역 만리에서 왔던 위대한 서여국의 승려들 족적 역시 같은 길을 간 인물임을 생각한다. 탈종교의 시대에 소중한 가치로 기억되는 이들의 자취와 삶은 이 시대의 귀감을 자아낸다. 종교가 필요하고 종교적 관용이 요구되는 것이 허망한 생각은 아닐 것이다. 분열의 시대를 넘어서서 화합의 시대로 이르고, 갈등의 땅에 조화의 낙원을 실천하려는 의지의 실천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러한 실천적 의지가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는 방안이며, 발상의 근본 전환이 될 전망이다. 왜 그들이 고통받고 투쟁하는지 진실로 알아야 한다. 한번이라도 왜 그렇게 하는지 알아보려는 사고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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