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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섭대양 하라
  • 편집국
  • 등록 2019-09-25 1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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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금을 만지려면 역사를 배우라
작게 성공하려면 지역을 연구하라
크게 성공하려면 해외로 나아가라

 일반적으로 인문학 특히 역사와 철학은 배고픈 학문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미국, 일본, 한국의 최고 경영자는 역사나 철학을 공부한 이가 별로 없다. 그런데 항상 예외가 있는 법이어서 영국의 금융가나 기업인 가운데는 역사나 철학 전공자가 심심찮게 보인다. 왜 그럴까? 역사나 철학은 작은 돈과는 별 인연이 없다. 그러나 큰 돈은 역사, 철학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강대국이 먼저 알아본 평택의 가치

 국가를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두 축은 안보와 경제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안보와 경제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는 서울이다. 그럼 서울 다음에는 어떤 도시가 중요할까? 부산? 인천? 세종? 대구? 광주? 대전? 천만의 말씀, 전혀 의외의 도시, 경기도 평택이다. 우선 평택에는 미군 기지가 있고, 해군 2함대사령부가 있다. 화물 물동량으로만 보면 평택항은 부산, 인천보다 더 중요한, 명실상부한 한국의 관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의 대규모 공장도 평택에 있다. 이렇게 중요한 평택이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20세기 말까지 평택의 가치를 몰랐다.

  1597년 정유재란 때 조선을 구원하러 온 명나라군은 후퇴하는 왜군을 평택에서 크게 격파했다. 300년 뒤인 1894년, 한반도의 주도권을 놓고 벌어진 청일전쟁에서 일본은 평택에서 기선을 제압했다. 21세기에는 한반도 최대의 미군 기지가 평택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한 평택의 전략적 가치를 강대국 사람들은 일찍이 알아본 셈이다. 역사를 조금만 공부했다면 일찌감치 평택에 투자해 큰 이익을 볼 수도 있었다. 큰 돈을 벌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

 동인우야 이섭대천

  경기도 이천은 ‘이섭대천(利涉大川)’ ‘큰 강을 건너면 이로우리라’는 주역의 괘사에 유래를 둔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를 치러갈 때, 이천 복하천이 홍수로 크게 넘치고 있었다. 그 때 주민 서목의 인도로 무사히 강을 건너 전쟁에서 승리한 왕건이 ‘이섭대천’의 ‘이천’이란 지명을 하사했다는 것이다. 서목의 후손이 후에 거란의 침입을 외교로 물리친 유명한 서희 장군이다.

  주역에는 ‘이섭대천’이 14번이나 나온다는데, 그만큼 큰 강을 건너는 것 즉 어려움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야 이롭다는, 진취적인 자세를 강조한 셈이다. 예를 들면 동인괘(同人卦), 동인우야 이섭대천(同人于野 利涉大川)는 오늘날의 경기대인에게 큰 교훈을 준다. 들에서 사람을 만나 함께 큰 강을 건너면 이로우리라. 혼자가 아니라 동지와 함께 하고, 동지를 온실이 아니라 황야 즉 어려운 처지에서 만나, 험난한 고비에 도전하면 크게 이룰 것이다는 뜻이다.

  ‘동인우야 이섭대천’의 동인괘를 보면서 떠오르는 역사의 교훈이 있다. 몽골의 정복왕 징기스칸이 죽으면서 아들 5형제를 불러놓고 화살 다섯 대를 모아 꺾어보라고 말한다. 아무도 꺾지 못했다. 화살대를 낱개로 꺾으라고 했더니 쉽게 부러졌다. 징기스칸은 아들 5형제의 단결을 유언으로 남겼고, 아들들은 셋째 오고타이 중심으로 뭉쳐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다. 13세기의 일이다. 뭉쳐서 강과 바다를 건너, 산맥을 넘어!

금융재벌 로스타일드 가문의 교훈

  600년 뒤인 19세기초, 독일 프랑크푸르트 게토에서 죽음을 앞둔 유태인 사채업자가 다섯 아들에게 다섯 개의 화살대 이야기를 남겼다. 큰형만 프랑크푸르트에 남고, 네 형제는 오스트리아 빈, 영국 런던, 이탈리아 나폴리, 프랑스 파리로 흩어져 각국의 금융을 장악했다. 그러나 다섯 아들은 아버지의 유언대로 단단히 결속하고 협력했다. 유럽의 강대국들은 전쟁을 치를 때마다 이 집안에서 빌려 전비를 조달했다. 누가 이기든, 어느 나라가 지든 상관없이 가문은 빌려준 돈의 몇 배를 벌었다. 전승국도 패전국도 모두 이 가문에서 전비를 빌렸으니.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의 이야기다. 뭉쳐서 강과 바다를 건너, 산맥을 넘어!

  취업이 어렵다 아우성이다. 미래가 어둡다 한다. 사실이다. 그러나, 뭉쳐서 강과 바다를 건너고 산맥을 넘을 용기 있는 자에게 일자리가 없을 리 없다. 미래가 없을 리 없다. 경기대인이여, 동인우야 이섭대천하라, 아니 동인우야 이섭대양(利涉大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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