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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추천] 귀로 즐기는, 동물의 축제
  • 문예슬
  • 등록 2019-09-25 15: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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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육제란 가톨릭 문화권에 속하는 지역에서 매년 2월 중·하순경에 열리는 대중적 축제를 말하며 기본적으로 일상에서 용납되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허용된다. 즉 사육제를 지배하는 정신은 ‘일체의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라 할 수 있다. 만약 사육제를 동물로 비유한다면 어떨까? 동물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이 연상될 것이다. 이런 발상을 음악적으로 구현한 작품이 바로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이다. 

 동물의 사육제라는 주제를 가진 이 작품집은 총 14곡으로 이뤄지며 악기와 박자에 따라 각각 다른 동물을 표현하 고 있다. △사자 △당나귀 △코끼리 △캥거루 등의 포유류와 △닭 △뻐꾸기 △새장 △백조 등의 조류, 이외에도 피아니스트나 화석 같은 독특한 트랙도 존재한다. 이 작품집의 특이한 점은 바로 전체 14곡 가운데 작곡가가 생전에 출판을 허락한 것은 13번째 곡인 ‘백조’ 단 하나뿐이라는 점이다. 첼로와 2대의 피아노로 연주한 이 곡은 빼어난 선율미 때문에 다른 편성으로 편곡해 연주하는 경우가 많고 발레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작품집의 다른 곡들과는 달리 풍자적인 느낌이 전혀 없고 고전적인 우아함이 넘친다. 생상스가 생전에 유일하게 발표한 곡이 백조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생상스는 자신이 ‘진지한’ 작곡가로 여겨지길 바랐고 이 작품집에서 보여준 것처럼 소탈하고 격의 없는 모습을 대중 앞에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상스의 이런 우려와는 다르게 작품집이 발간된 후 생상스의 이미지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변했고, 현재 동물의 사육제는 생상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기자는 이 작품집이 다른 웅장한 클래식들과는 다르게 밝은 멜로디를 가지며 각각의 악기로 동물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각 트랙의 제목들을 생각하며 앨범을 감상한다면 작곡가의 센스있는 묘사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평소에 듣는 음악이 질렸다면, 가사를 해석해야 하는 일반적인 가요와는 달리 청자만의 해석으로 새롭게 의미를 만들 수 있는 클래식을 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문예슬 기자│mys0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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