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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의 의미, 그리고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가득한 것들에 대하여
  • 편집국
  • 등록 2019-04-15 12:33:00
  • 수정 2019-04-15 12: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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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애니메이션이라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지? 좀 연세가 있는 분이라면 미키마우스태권브이, 젊은 세대라면 일본의 유명 작품들을, 어린이들이라면 디즈니 겨울 왕국이나 EBS에서 방송되는 다양한 방송프로그램들을 생각할 것 이고 유아를 둔 부모라면 뽀로로타요등을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이름의 진짜 뜻은 그런 어린들이 즐겨보는 장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animation’이라는 단어는 정신혹은 생명의 숨결을 뜻하는 라틴 어원 아니마’(anima)에서 나왔습니다. 간단히 정의하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움직이게 하는 것’, 또는 그러한 촬영 기법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애니메이션은 장르가 아니라 기법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예를 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언맨을 생각해봅시다. 아이언맨은 1963. SF물을 주로 다루던 <테일즈 오브 서스펜스(Tales of suspense) 39호>에서 만화 캐릭터로 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45년이 지난 2008년 영화<아이언맨(Iron man)1>이 나오게 됩니다. 처음 슈트 디자인과 영화 디자인을 비교해 보면 엄청난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놀라운 반전이 있습니다. 영화 아이언맨의 제작과정을 보면 대부분의 액션장면들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3D애니메이션이라는 점입니다. 심지어 사람이 연기했다고 생각하는 장면들도 모두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부분도 꽤 됩니다. 아이언 맨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는 대부분 3D애니메이션과 실사 촬영이 섞여 있습니다.



3D애니메이션은 픽사(Pixar) 스튜디오가 발표한 <토이스토리(Toy Story, 1995)>가 대표적이지만 이런 Full 3D애니메이션 말고도 3D애니메이션기법은 1982년부터 꾸준히 실사화면과 합성하기 위해 노력하여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Gravity, 2013)>에서는 약간의 실사 합성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을 3D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블록버스터 영화제작에서 애니메이션은 핵심적인 제작기법입니다. 영화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수많은 매체들 속에서 접하는 CF영상에도 애니메이션제작기법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대부분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애니메이션기법이 사용된 수많은 영상들과 일상에서 접하며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 왜 기법을 뜻하는 단어가 장르를 뜻하는 단어로 인식이 되었을까요? 이를 다른 단어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우리 일상생활, 산업현장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인간의 단순노동을 대치하고 있는 모든 기계들이 있습니다. 이는 모두 로봇의 일종입니다. 하지만 로봇이라고 하면 인간 형상의 어떤 기계를 대부분 떠올립니다.

또 다른 단어의 예로 컴퓨터가 있습니다. 일상생활이 네트웍으로 연결된다는 IOT가 가능한 것은 우리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많은 전자기기들 속에 간단한 형태의 컴퓨터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도 사실 고성능 휴대용 컴퓨터이지요. 그렇지만 보통 컴퓨터라고 하면 책상위의 모니터와 본체의 형태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렇게 로봇이나 컴퓨터처럼 유명하지만 일부분을 일컫는 단어가 그 분야 전체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원리로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만든 많은 영상들 중 특히 어린이들이 기법에 가장 열광하는 애청자들이 되다보니 점점 어린이용 영상물에 애니메이션 기법을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고 점점 어린이들이 보는 영상장르를 애니메이션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여기서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애니메이션말고 우리나라에서만 부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혹시 나이가 좀 되는 분들은 아마 아실 텐데요, 바로 만화영화입니다. 이 이름은 1960년대 TV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편성할 때 소개한 이름으로 우리에게 익숙해 진 것입니다. 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몇몇 분들이 제게 물어보실 때 만화애니메이션을 비슷한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속한 애니메이션영상학과에 입학한 학생들 중에도 학과이름에 만화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업에서 만화도 배우고 싶다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만화애니메이션을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매우 다릅니다. ‘만화는 출판이나 웹툰 같은 매체를 사용하며 정지된 그림과 대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영화, TV, 인터넷, 컴퓨터 등의 매체를 통해 보는 움직이는 영상물입니다. 이렇듯 사용매체와 표현방식은 전혀 다른 것이지만 같은 것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 이유와 그전에 언급한 애니메이션 제작기법을 어린이들이 좋아하게 된 이유는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것을 움직이게 한다는 원래의 뜻을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합니다. 어린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고 더 좋아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 어린이답다고 여겨지는 것, 그것이 만화에도, 그리고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만든 영상물에도 가득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빠져들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것은 바로 [상상력]입니다. [판타지]라고도 할 수 있고 좀 더 넓은 의미에서는 [창의력]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만화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상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생쥐와 오리가 걸어 다니면서 말을 하고, 팔이 마구 길어지는 소년이 바다를 항해하며 보물을 찾고, 은하계 보다 더 큰 로봇이 드릴을 들고 나타나고, 망치를 든 신과 로봇 갑옷을 입은 갑부가 지구를 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되는 곳,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바로 상상으로 가득찬 곳입니다. 제가 예를 든 이야기들의 주인공 한 두 명은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혹시 한명도 알지 못한다면 당신의 문화생활을 한번쯤 점검해 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상상하는 것을 즐깁니다. 항상 어떤 것을 새로운 관점이나 방법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낼 때가 있습니다. 이런 저를 다른 이가 보면서 그냥 멍하니 시간보내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즈음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인재상이 바로 창의적인 인재이기 때문입니다. 상상하는 것에는 제한이 없어야 합니다. 수많은 상상속 아이디어들이 결국 현실화 되면서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으니까요. 현실 속에서 생산적이고 문제 해결적인 생각은 좋은 상상이고 현실과 상관없는 생각은 허무맹랑한 공상이며 쓸데없는 좋지 않은 상상이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풍부한 상상의 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현실속의 문제해결을 위한 상상력도 잘 되지 않을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심술통>, <철인캉타우> 작가이신 이정문 화백님께서 1965년에 그리신 서기 2000녀대의 생활의 이모저모를 소개할까 합니다. 어려운 시절 제대로 교육받지도 못하시면서 그냥 그리는 것이 좋아서 시작하신 만화는 그분의 삶의 원동력이었고 희망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상상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그리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일이니까요. 그리고 놀라운 것은 그렇게 상상으로 그린 그림이 오늘날 우리의 삶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이글을 보신 분들은 만화 그림 속에, 그리고 애니메이션기법으로 만들어진 영상 속에 가득한 상상들을 발견하고 함께 즐기기 바랍니다. 상상하는 것은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어른인 우리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권동현(애니메이션영상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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