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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하는 긴 글쓰기가 필요하다
  • 편집국
  • 등록 2019-03-18 10:59:50
  • 수정 2019-03-18 11: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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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미디어의 등장에 따른 문화적 환경이 충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의사소통의 환경과 수단이 달라지면서 점점 글쓰기가 짧아지고 파편화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문자의 소통도 다른 것에 의존하는 것이 많아 예전의 문장을 통한 글쓰기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쓰기와 읽기가 달라지는 것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현대 전자사회가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필요한 일이다. 소통을 빨리하고 핵심을 전달하는 일이 속도화의 경쟁 속에 놓여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모바일 미디어의 등장과 보편화 과정 속에서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짧은 글이 필요함을 인정하면서도 문자 행위가 단발적으로 소비되는 것에 깊은 의문이 있다. 창조적으로 생산되지 못하는 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틈새 여벌의 시간 속에서 미디어를 활용한 긴 글쓰기는 불가능하다. 긴 글이 어떻게 자리잡아가는 점에 있어서 우리의 글쓰기는 심각한 문제의 국면에 이르게 된다. 짧은 글이 문제가 아니라, 긴 글의 생산과 소비, 문자에 의한 창조와 활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난다.

 말이 처음에 온당하게 의사소통을 항구적으로 할 수 없음을 깨달아 인류는 문자라는 언어혁명을 이룩하였다. 문자가 처음에 등장하였을 때, 인류는 안정적 의사소통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문자는 오히려 정치사회적으로는 신분사회를 조장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문자로 이루어진 텍스트는 신성시되고 특정한 집권층을 위하여 사용되었다. 문자가 신분제 사회를 만들어내고, 문자를 통한 신성한 행위와 의례를 집전하는 일이 벌어졌음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문자를 장악한 지배집단의 지속과 분화를 촉진하고 지식인의 문자 전유시대가 일어났다. 대부분 문자를 알지 못하는 이들은 지식인에 의해서 부림을 당하는 참혹한 일들을 겪었다.

 근대사회가 이루어지면서 문자는 더 이상 신성시되거나 숭배되지 않고 민주의 주권을 가진 이들이 모두 향유하고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문맹률이 줄어들고 누구나 문자를 읽고 활용하면서 자신의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문자 소통을 확연하게 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문자를 누리면서 모두 즐기는 문자 중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렇지만 다시금 문자의 시대는 전파매체의 등장에 의해서 도전을 받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문자와 전파매체가 경쟁하면서 전파매체 속에서의 문자 시대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우리는 과거 20세기를 문자에 기반하면서도 문자가 위축되는 환경과 직면하였다.

 

 이제 21세기에는 새로운 문화적 환경에 의해서 문자는 다시 새로운 도전에 마주하고 있다. 모바일 미디어의 등장으로 말미암아서 문자는 전파매체 시대보다 더욱 혁신적 변화를 겪게 된 셈이다. 이러한 정보의 생산과 소비의 유통 구조가 인간의 삶과 양태를 결정하고 질적으로도 전혀 다른 차원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보게 된다. 짧은 글은 문자적으로 모바일 미디어의 거대한 체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누구나 자신의 발언을 하고 의사소통의 체계 속에서 혁신적인 주장에 따르는 이들을 양산하고 있다. 그것은 축복이면서 다른 측면에서 글쓰기 행위를 위협을 하고 있다.

 주장이 난무하고 공감하는 것으로 창조를 대신할 수 없다. 고농도의 묵직한 창조가 과연 짧은 글에 담기는 것이 가능한가? 그것은 쉽지 않다. 긴 글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저작을 통해서 사회를 혁신한 전례가 있다. 이를테면 칼 마르크스가 한 세기도 전에 진지하게 탐구한 <자본론>의 묵직하고 긴 글쓰기가 있어서 엥겔스와 함께 산뜻하고 짧은 글 쓰기로 <공산당선언>을 집필할 수 있었고, 한 시대를 열었다. 남의 주장을 길게 쓴 것을 읽고 진위를 판별하면서 나의 주장을 길게 쓸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고안이 대학교의 교육에서 찾아지고 이룩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틈새 미디어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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