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가지각색 기자들의 신문사 이야기
  • 김희연
  • 등록 2018-09-18 11:21:01
  • 수정 2018-09-18 11:21:28
기사수정
  • 신문을 만들며 펼쳐지는 내면세계!
하나의 신문이 만들어지기까지, 본교 신문편집국 소속 기자들은 복합적인 취재 과정을 거칩니다. 경기대신문의 60주년을 맞아 취재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과 그 상황에서 우리 기자들이 느끼는 기분을 글로써 표현해봤다고 하네요.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 기자와 함께 떠나는 신문사 취재기, 한 번 들어보실래요?

 

 ‘기쁨이’의 경기대 신문사에서 살아남기

 

 하이루~ 난 ‘기쁨이’야. 언제 초특급 긍정마인드 장착!!!! 그게 바로 나지. 나는 아무리 힘들고 극한 상황에서도 긍정을 잃지 않는 사람이야. 이제부터 내가 얼마나 긍정적인지 이야기 해줄게~ 지금 나는 경기대 신문사에서 대학팀으로 일하고 있어. 대학팀은 학내 소식과 더불어 본교에 나타나는 문제들을 파악해 취재하지. 그렇기 때문에 민감한 사항을 다루는 내용이 많아. 그래서 그런지 취재 도중에 기획 이 엎어지거나 관련 교직원들이 인터뷰를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어. 다른 기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좌절하거나 화를 내겠지만 난 언제나 초 긍정마인드!!!! 기획이 갑자기 엎어져도 ‘괜찮아, 다른 기획 빨리 짜서 취재하면 돼’라고 생각하지. 또 인터뷰가 잘 안 잡혀 초고가 늦게 나올 때도 ‘괜찮아, 어차피 언젠가 마감은 끝나고 밤새 기사 쓰면 되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하지만 내가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너무 바보 취급은 하지마. 변수가 많은 대학팀으로 계속 활동하기 위해서는 이런 긍정 멘탈 은 필수거든~ 예전에 아주 민감한 문제를 다룬 기획이 엎어진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선배들은 기획이 엎어진 것에 안타까워했어. 하지만 난 기획이 엎어진 대신 내 이름으로 4컷 만화를 그릴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워했었지. 비록 내가 그린 4컷이 지금까지 나온 신문 중 제일 못 그린 4컷으로 선정됐지만 난 괜찮아~ 내 인생에서 만화를 그렸다는 생각에 기쁘니까. 아마 이런 긍정마인드 덕분에 아직까지 대학 팀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 앞으로도 지금처럼 언제나 초초초 긍정마인드로 대학팀 기사를 작성할거야~~ 경기대 신문사 화이팅!!! 아잣 아잣~!

 

 ‘슬픔이’의 눈물로 만들어지는 신문

 

 흐에에엥...또 다시 슬퍼지려고해. 내 소개가 늦었지..? 미안해. 처음에 소개해야 했는데 내 인사가 늦었어. 안녕...나는 ‘슬픔이’야. 왜 이렇게 인사가 활기차지 못하냐고? 나는 하루 종일 슬프고 무기력하기 때문이야. 하지만 오늘은 더더욱 슬퍼지는 것 같아.

 

 나는 신문편집국에서 정기자들이 쓴 기사를 읽고 첨삭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그런데 오늘 정기자 친구들이 기사 초고를 안 써왔대... 이제 어떡하면 좋지? 나는 집에 가지 못할 거야...오늘도, 내일도 집에 갈 수 없겠지...? 포근한 내 방 침대가 너무 많이 생각나는 밤이야. 너희들이 볼 땐 기사를 안 쓰니까 좋아 보이겠지만 차라리 기사를 썼던 때가 나았던 것 같기도 해. 왜냐하면 똑같은 글을 반복해 읽으면 ‘마감병’이라는 병이 찾아오거든. 나는 2주마다 그 병 때문에 누군가가 나를 톡하고 건드려도 눈물이 나...혹여나 울고 있는 날 마주치거 든, 아무렇지 않게 가던 길 가주길 바라...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거든ㅜ

 

 내가 너무 우울하게 얘기했나봐. 좋은 쪽으로 얘기하고 싶지만 내 성격상 슬픔이 먼저 찾아오는걸ㅜ 미안하지만 우울한 얘기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매주 마감 기한에 쪼들려 기사를 첨삭하는 현실이 슬프지만, 정작 신문사를 퇴국해도 정들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아. 이런 아이러니...이래서 내가 아직도 여기에 남아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건가봐. 흑..흑..더 슬퍼지기 전에 여기서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 안...녕...

‘버럭이’의 신문제작기

 

 안녕? 난 ‘버럭이’야. 난 기쁠 때, 화날 때, 슬플 때 언제나 “버럭!” 소리를 지르지. 기쁠 때는 행복에 겨운 소리를 지르고 화날 때는 씩씩대 곤 해. 참, 희한하게도 나는 슬플 때마저 눈물이 아닌 화가 난단 말이지. 이런 내가 신문을 제작하며 “버럭!”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신문이 2주에 한 호씩 발행되는 가운데, 유독 기사를 많이 맡게 된 시기에는 정신없이 바빠져. 만약 그 시기에 수업에서 발표를 해야 하거나 엄청난 양의 과제가 밀려오면 극한의 예민함과 함께 화가 나기 시작해. 머피의 법칙을 운운하며 왜 하필 지금이냐고 거친 소리를 내뿜지. 물론 같이 발표하는 조원들이나 갑자기 대량의 과제를 내주신 교수님을 탓하는 것은 아니야. 그저 그 상황에 화가 나는 것이지. 어쨌든 울그락 불그락해진 얼굴을 잔뜩 구긴 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긴 해.

 

 그런데 정말 화나는 일은 따로 있어. 마냥 화가 난다기 보다 막막함이 섞인 울분이랄까? 이런 유형의 ‘버럭’은 다름 아닌 담당 기사 자체가 엎어지거나 인터뷰가 미뤄졌을 때 나와. 회의를 거쳐 본교의 이런 저런 얘기를 쓰려는데, 막상 취재해보니 당장 쓸 수 있는 기사거리가 아니다싶을 때 1차적으로 열이 오르기 시작해. 그래, 여기까지는 참을 만 해. 문제는 이제부터야. 이미 마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숨을 고르고 새로운 소재의 기사를 쓰려고 하는데 만약 새 소재와 관련된 인터뷰가 미뤄진다… 그럼 참고 있던 ‘버럭’이 튀어나와. “대체 나는 언제 인터뷰해서 언제 초고 쓰고 언제 마감하냐고!!! 으엉겅ㄱㄹㅇㄱ억!!!!”라는 심란한 심정의 ‘버럭’을 내뱉게 돼. 이렇게 버럭거리며 모든 퇴고 과정을 마치면 그래도 한 호의 신문을 완성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의 포효를 내뱉어. 오늘도 난 소리를 지르며 마감을 하고 있지. “버럭!”

 

‘까칠이’의 부탁, “날 건드리지 말라구!”

 

 안녕. 난 까-칠이야. 내가 어떤지는 이름만 봐도 알 것 같다고? 그래도 내 소개는 간단히 해야겠어. 이 성격으로 어떻게 신문사에 있는 지 모르겠지만 난 특히 신문사 일만 시작하면 예민해지고 까칠해져. 정말이지 내가 일하고 있을 때는 아무도 안 건드렸으면 좋겠단 말이지. 정.말.로.

 

 난 매주 화요일이면 건드리기만 해도 난리가 나.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또 병이 도졌다고 하는데, 내 성격이 그런 걸 어떡해? 내가 화요일마다 까칠해지는 건 간단해. 화요일이면 전체 회의를 하고 그 다음 주 화요일이면 마감이 시작되는 날이거든. 혹시나 너희들이 화요일에 나를 발견한다면 난 피하지 못하니까 알아서들 피해줘! 그게 나도 편하고 너희들도 편해지는 방법일 거야. 도대체 회의랑 마감이 뭐라고 그러냐고?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마주 앉고 서로 가져온 지면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게 회의인데, 완성도가 떨어지는 계획은 추가 회의를 하거나 심하면 새로운 계획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나... 마감할 때는 알겠지만 밤샘이 일상이라 눈을 감 고 잠에 빠지기 전까지는 초 초 초 초특급 예민 상태야. 그러니까 화요일은 잘 피해서 다니라고! 알았어?

 

 취재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야. 언제 갑자기 취소될지 모르는 인터뷰에 소재 자체가 갑자기 뒤집히는 경우가 가끔씩 나오다보니 취재 하는 기간에도 정말정말 예민해져. 특히 취재가 필요한 곳과 연락이 안 되거나 인터뷰를 거절하면 그 날은 난 건드리면 안 되는 지뢰 같은 사람이 된다구. 그 순간이면 아마 ‘버럭이’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내가 까칠해지지 않는 순간은 단 한 순간이야. 내가 바로 신문사에서 나가..읍읍

 

‘소심이’의 덜덜 떨리는 인터뷰 전화

 

 신문사 사무실, 나는 책상 위에서 손을 꼼지락거리고 있어. 앞에는 휴대전화가 있지.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손이 안 움직여.

 

 신문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부모님과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전부였던 통화기록에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기록돼있어. 인터뷰를 실으려면 전화를 해야겠지. 그나마 보도기사에 필요한 전화는 같은 학교 구성원들에게 말을 거니까 마음이 덜 불편한데, 인터뷰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 붙잡고 약속을 잡아야 해서 손이 떨릴 지경이야. 작년 생각이 나네. 동기 누구는 첫 인터뷰 기사부터 수월하게 끝냈다는 데, 나는 전화만 30번 걸었어. 그리고 나서 전화가 무서워진 거야.

 

 사실 약속을 만드는 건 운이지. 정확히 말하자면 상대의 결정에 달려있는 문제니까 내 입장에서 운이라는 소리야. 그치만 내가 보낸 전화가 부재중이 되거나 인터뷰 요청을 거절당하면 괜히 내가 못난 사람이 된 기분이야. 그 기분이 싫어서 나는 전화를 걸 때마다 망설여. 누구에게 전화를 돌릴지 정해도 30분 정도 고민하는 건 너무 자주 있는 일이야. 1년 반 정도를 일하고도 몇 주 전에 입사한 후배보다 더 많은 시간을 망설이는 건 ...좀.... 너무 소심한 일인 것 같아.

 

 아무튼 그래서,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손이 안 움직여.

 

경기대신문편집국│hakbo79@hanmail.net

덧붙이는 글

여러 가지 상황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호소한 우리 기자들의 신문사 이야기는 어땠나요? △인터뷰원과 화기애애한 관계가 형성되면 ‘기쁨’이 △기사를 써내려가기 막막하면 ‘슬픔’과 ‘버럭’이 △취재처와 연락이 안 되면 ‘까칠’이 △낯선 인터뷰원과 연락하기 전에는 ‘소심’이 튀어나오는 경기대신문 기자들… 어쩌다 저런 인격체를 갖게 된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새삼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여러분의 눈과 귀가 돼 그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우리 기자들을 끝까지 지켜봐주세요!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