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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계의 ‘작은거인’ 정보경 선수를 만나다
  • 이지우
  • 등록 2018-09-18 09: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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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소녀에서 유도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지난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대한민국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개최됐기 때문이다. 그 중 본교 출신 정보경 양(스포츠 경영·14졸)이 금메달을 거머쥐며 유도 종목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이에 본지는 그의 유도 인생을 듣고자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정 양을 찾아갔다.







아시안게임 정상에 서다


 지난달 29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유도 종목에 서 첫 금메달이 나왔다. 그 주인공은 바로 여자유도 –48kg급에 출전한 정보경 선수였다. 2016년에 출전한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완벽히 털어낸 그는 금메달을 딴 소감으로 “올림픽 때 2등을 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1등을 하게 돼 뿌듯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승리는 쉽게 얻어지지 않았다. 준결승전과 결승전 둘 다 연장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준결승전에서 만난 선수는 꾸준히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몽골의 문크바트 선수였다. 정 양은 2015년도에 있었던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처음으로 그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지만 그전까진 열 번 이상 패하며 쓴맛을 봤다. 그러나 정 양은 준결승 경기 연장 접전 끝에 안뒤축걸기1) 로 상대선수를 쓰러뜨리면서 결승전 출전권을 따냈다. 그렇게 어렵게 올라간 결승전 경기 역시 일본 곤도아미 선수의 팔가로누워꺾기 2) 기술에 걸려 왼 팔이 부러질 뻔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결국 정 양은 부러질 뻔한 팔로 상대 선수를 업어치며 위기를 승리를 바꿔냈다. 당시 어떤 생 각을 가지고 고통을 참았냐는 기자의 물음에 “처음에는 크게 다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항복하려 했지만 지금까지 훈련한 것을 생각하며 버틸 수 있었다”고 답했다. 담담했던 대답과는 달리 경기가 끝난 후 그의 왼팔꿈치는 잔뜩 부어있었다. 기자가 왼쪽 팔의 안부를 물으니 지금은 완벽히 나았다고 한다. 쉽지 않은 두 상대 선수에게서 승리를 가져온 비결이 있었냐는 물음에 “시합을 하기 전 두 상대와 붙을 것을 예상하고 있어 그들에 대해 연구를 많이하고 나갔다”며 “생각 한대로 경기가 잘 풀린 것 같아 좋았다”고 수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유도 인생


 사실 정 양은 어렸을 적 유도가 아닌 태권도를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중학교에서 새로이 유도부를 창단했고 체육선생님이 그에게 유도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를 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던 정 양은 유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권유를 받아들이게 됐고 그때를 기점으로 파란만장한 유도 인생의 막이 올랐다. 그리고 현재 그녀는 대한민국의 여자유도를 대표하는 위치에 자리 잡았다. 만약 유도 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아마 태권도를 계속 이어가며 체육관의 사범님을 하고 있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유도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중학생 때부터 유도를 시작해 현재 좋은 결과를 일궈내고 있는 정 양에게 유도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유도는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 상대를 메치는 운동”이라며 “상대가 밀고 들어올 때 상대의 힘을 이용해 메치며 느끼는 쾌감과 1초 남짓한 시간에 판이 뒤집히는 스릴이 유도의 매력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본인이 남들보다 자신 있어 하는 유도 기술을 하나 선정해 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어깨로 메치기’ 3) 를 꼽았다. 기자 앞에서 직접 시연해주는 모습엔 유독 자신감이 담겨있었지만 자신감 넘치는 그에게도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었다. “요즘 유도 트렌드가 서있는 상태에서 상대를 메치는 기술을 많이 하고 있는 추세”라며 “현재 그런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또한 이제 정상에 선 유도부 선수로서, 유도인들의 기본적인 소양을 묻는 질문엔 “예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 도중에 본인이 화가 난다고 폭력을 가하는 비신사적인 행위는 옳지 않다”는 답변으로 스포츠맨십을 강조했다.

 

본교에서 날개 펴다

 

 현재 대한민국의 유도는 용인대학교(이하 용인대) 출신이 현저히 많다. 수많은 용인대 출신 선수들 사이 다른 학교 출신을 찾아보기 힘든 유도계에서 정 양은 본교 출신 학생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가 본교에 입학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 양은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부상으로 인한 무릎 수술을 하게 되면서 유도시합을 뛰지 못했다. 그러나 약 1년 전인 2학년 때 전국체전에서 1등을 한 적이 있었고, 그 때 정 양의 발전가능성을 확인한 본교 유도부 감독의 권유로 본교 스포츠 경영학과 10학번으로 입학하게 됐다. 그로부터 일 년 뒤인 2011년에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본교 출신 유도선수 중 한 분인 전기영 교수 님이 본받고 싶은 롤모델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세계유도연맹 임원도 맡으시고 유도계에서 영향력이 크신 분”이라고 설명하며, “본교 에서도 인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신 점을 본받고 싶다”고 털어놨다.

 

최종목표는 올림픽 금메달


 인터뷰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정 양의 꿈과 계획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계속 훈련을 이어가 다음 시합에 출전하는 게 우선적인 목표”라며 “조금 더 미래를 생각한다면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정 양의 최종적인 목표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라고 한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노력을 통해 출전권을 따야 하는 것이기에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끝으로 기자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하고 제일 먼저 생각 났던 사람이 누구인지 묻자 “같이 훈련하는 선수들이 떠올랐다”며 “큰 대회를 나갈 때마다 항상 나를 도와줬기에 이젠 나도 그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답해 같이 훈련하는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더불어 본교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리자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다보면 좋은 일들 이 생길 것”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1) 대각선에 있는 발을 안쪽으로 후리거나 걸어서 상대를 넘어뜨리는 기술

2) 상대방의 팔을 자신의 두 다리 사리에 끼고 관절을 뒤로 젖혀 꺾는 기술

3) 상대를 어깨에 얹은 후 바닥에 메치는 기술

 

글·사진 이지우 기자│dlwldn773@kgu.ac.kr

덧붙이는 글

정 양의 마지막 한마디처럼 본인이 원하는 꿈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다가선다면 본인이 생각지 못했던 놀라운 힘이 발휘될 것이라고 믿는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열정을 쏟는 그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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