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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월드컵 진출 ‘당하다’
  • 우연희
  • 등록 2017-10-11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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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회 연속 월드컵 진출, 앞으로의 과제는?
당신은 2002년, 우리나라를 빨갛게 물들였던 한·일 월드컵을 기억하는가? 대한민국 축구가 국민의 갈증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여론이 온 세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대한민국은 천신만고 끝에 조 2위로 진출하며“이제 국가대표 경기 안 본다”는 축구팬이 늘어났다. 사실상‘한국축구의 위기’인 현 시점에 지금껏 축구국가대표팀이 어떤 역사를 거쳐 왔고, 앞으로 어떻게 난관을 극복할 것인지 살펴보자.



▲ 지난 달 3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

 

 

한국 축구, 열정의 빛을 쏘아 올리다

 

1954년 대한민국은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 안간힘을 썼다. 그해 3월 무거운 분위기 속,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은 스위스 월드컵 예선을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당시 감독이었던 이유형 감독은 제 1·2·3대 이승만 대통령에게 경기에서 패하면 선수단 모두 현해탄에 몸을 던지겠다며 선수들도 이에 동의했다. 그들의 투혼을 내던지겠다는 각오를 비춘 것이다. 결국 대표팀은 명백한 투지로 진흙탕 운동장에서 일본을 5:1로 꺾고 스위스 월드컵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이후 무려 32년 만에 진출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12패로 조별 예선에 탈락했지만, 각국 언론들은 한국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팀이라고 평가했다. 그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동유럽의 다크호스였던 불가리아 사이에서 월드컵 첫 승점이라는 값진 수확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시작해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8회 연속 본선 무대에 올랐다. 특히 2002년에는 4강 신화를 쓰며 대한민국 서울광장을 빨갛게 물들였다. 그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박지성(맨체스터 Utd) 박주영(AS모나코) 기성용(셀틱FC) 이청용(볼턴)이 양박쌍용(유럽파 4인방 박지성-박주영-기성용-이청용)의 대열을 이루며 월드컵 16강의 쾌거를 달성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2개월의 기록

 

지난해 412,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 추첨이 열렸다. 대한민국은 이란 우즈벡 중국 카타르 시리아와 함께 A조에 배정됐다. 대표팀 명단에는 김승규(빗셀 고베) 고요한(FC서울) 손흥민(토트넘)을 포함해 38세로 최고령인 이동국(전북) 등 해외·국내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선발됐다.

 

201691일 중국과의 경기로 A1차전이 힘차게 개막했다. 그 후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의 경기까지 포함한 5경기에서 우리나라는 311패의 전적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승률이었지만 공격·수비조직력 등 대한민국 축구의 뿌리깊은 문제를 해결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안은 채, 2017년 대한민국은 3월부터 6월까지 중국 시리아 카타르와 2차전을 치렀다. 하지만 피파랭킹 62위인 중국과 85위인 카타르에 패배하면서 12패에 그쳤다. 피파랭킹이 객관적인 실력의 수치는 아니지만, 최약체라 불리는 두 팀에게 경기를 내준 것은 랭킹 51위인 한국 축구 자존심이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본선에 진출하기 위한 열쇠를 가졌던 마지막 두 경기, 이란전의 유효슈팅 0개와 우즈벡전까지의 2경기 무득점은 실망감을 넘어 대표팀의 실력에 대해 재고하는 계기가 됐다.

 

 

감독·선수의 태도에서 비롯된 불신의 싹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이 희미해진 상황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6, 슈틸리케 전 감독을 경질한 후 신태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아시안컵 준우승과 동아시안컵 우승 등을 포함해 임기 초반에는 나름의 성적을 거뒀지만,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지속해서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경기 기록이 아닌 그의 태도였다. 한 일례로 슈틸리케 전 감독은 지난해 10, 이란 원정전에서 우리에게는 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었다며 전략의 근본적인 문제를 분석하기보다는 패배의 원인을 다른 데로 돌렸다.

 

남은 2경기(이란전우즈벡전)의 지휘봉을 잡았던 신태용 감독은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며 정말 지지 않는, ‘무득점의 결과를 냈다. 신태용 감독의 첫 출전이었던 이란전 홈경기에서 변화된 경기력을 기대한 관중들은 대표팀의 불안정한 수비와 고질적인 문제인 골 결정력에 다시 실망감을 안았다. 대표팀에 30년 만에 발탁된 이동국 선수의 뒤늦은 교체타이밍 또한 축구 팬들의 원성을 샀다. 이에 주장 김영권 선수는 경기 종료 후, "경기장 함성이 워낙 커서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연습한 것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며 축구팬들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없는 발언으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꽃길을 걷기 위한 대표팀의 치열한 준비

 

우리나라 축구국가대표팀에 이제껏 많은 선수가 거쳐갔지만, 항상 주목받았던 쪽은 해외파였다. 박지성, 이영표를 필두로 한국 선수들이 유럽 리그에 진출하면서 선진 해외 무대 경험이 국가대표 경기에서 더 좋은 활보를 나타낸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그에 비해 국내파는 과소평가됐다.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벡과의 경기에서 염기훈(수원)이 교체 투입되면서 답답했던 공격의 활로를 뚫어줬다. 그뿐만 아니라 김민재(전북), 김민우(수원)가 수비의 버팀목이 돼 줬다. 해외파와의 팀워크를 향상하는 데 큰 힘을 보태준 것이다. 이 사례처럼 감독·코치진은 실력 있는 K리그 선수를 발굴해 국가대표팀의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

 

국내파 적극 발굴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에 필요한 해답으로 신태용 감독은 지난 8일 한 매체에서 소집일을 최대한 활용해 선수들의 발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팀 조직력이 강화되면 자연스레 수비 불안 문제가 해결되고, 공격 축구를 추진할 수 있을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또한, 신 감독은 “2002년 월드컵 때는 한·일 개최이다 보니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에서 전폭적인 지지가 많이 있었다며 축구협회는 신태용호가 소신껏 축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이후부터 지금까지 4명의 감독을 갈아치운 대한축구협회는 앞으로의 이익만 볼 것이 아닌,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해답을 가져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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