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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추천] 공산주의는 철조망 너머에 있나요?
  • 안나리
  • 등록 2017-09-13 0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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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로 읽는 책-소주 클럽

 


 1953년 7월 27일, 한국의 남·북 전쟁은 공식적으로 휴전상태에 들어갔지만, 그들의 사상전쟁은 끝나지않았다. 오히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할 수도 있겠다. 민주주의가 자리잡지 못했던 대한민국은 공산주의를 완전한 적으로 돌려 나라의 안정을 유지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는 아직까지도 기성세대와 몇몇 사람들에게 유효하다. 특히나 올해 대선에서 소위 ‘빨갱이’라는 이름이 나오면 갑자기 열을 올리던 이들의 모습은 거의 반사적인 반응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삶에서 공산주의적 사상을 지향하는 것 같다. 가령 가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가족을 위해서’, ‘모두가 행복하려면’이라는 말을 붙인다. 이같은 우리나라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비춰주고 있는 책이 바로 ‘소주 클럽’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홍원호는 꽤나 성공한 작가로, 본인 책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가진 인물이다. 단호한 말투와 즉흥적인 결단력으로 한없이 자유로워 보이는 그는 사실 거제도라는 섬에 발목잡힌 삶을 살고있다. 작은 섬에서 거의 나온적도 없는 그의 부모는 홍원호가 어쩔 수 없이 글을 쓴다고 믿고, 아들이 거제도로 와서 농사·어부일을 하며 살길 바란다. 홍원호의 여동생을 비롯한 거제도의 모든 주민들 또한 홍원호만 욕심 부리지 않으면 모두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가족들은 홍원호의 유일한 자존심인 책까지 “가족 모두를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어버리자”고 압박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따르면서도 막상 본인이 속한 단체 안에서는 공산주의이자 사회주의적인 면모를 보이는 모순을 갖고 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공산주의가 말하는 ‘공공을 위한 공유재산’은 우리 사회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왔음을 알 수 있다. 자본주의에 반대하던 사람들뿐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돈이나 행복을 내놓길 바라는 사람 모두 공유재산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성향은 공동체 위주의 삶을 살아온 기성세대에게서 특히 자주 나타난다. 가장 빨갱이를 혐오하던 이들에게서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분단 초기와 달리 각 사상을 지지하던 사회의 결과물들이 눈앞에 보이는 시대를 맞이했다. 더이상 하나의 사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하며 국가의 근본이 흔들리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무조건적인 혐오를 넘어 우리가 바라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엔 △공산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의 모습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사상에는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고, 모두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국민의 행복이다. 이제는 한쪽을 배척하는 것이 아닌 자세히 들여다보고 더 나은 대안을 위해 노력해 나갈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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