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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시사회] ‘괴물 형사’ 마석도, 네 번째 진실의 방으로
  • 임현욱 기자
  • 등록 2024-05-08 09: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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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잔혹하고 지능화된 범죄자를 잡기 위해 돌아오다
지난달 24일, 배우 마동석이 직접 기획, 제작한 범죄도시 시리즈의 속편 <범죄도시 4>가 개봉했다. 이에 본지는 올해 최단기간 흥행, 제7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초청 등 한국 액션 영화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있는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 4>를 관람하고 기자들 간의 견해를 공유해 봤다.


평점


수민: 베를린 영화제 진출, 2일 만의 100만 관객 달성. 한국 상업 영화 개척자가 되기를


 민: 액션물 클리셰의 연속, 뻔한 장면은 궁금하지 않다


현욱: 정형화 된 틀에서 최대한의 재미를 뽑아낸 영화


지빈: 시리즈물 치곤 지루하지 않은 스토리, 탄탄한 액션으로 구성된 좋은 짜임새

 

●한 줄 평


수민: 보고 나면 온몸이 아픈 연기 차력쇼


 민: 마석도와 장이수의 합만은 단연코 돋보인 영화


현욱: 점차 커지는 규모와 이에 부응한 액션


지빈: 우당탕탕 마석도의 도박장 소탕기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돼 있으니 주의 하십시오. 

 

Q. 액션 시리즈물은 내수 시장의 불모지로 꼽힌다. 8편까지 제작될 예정인 ‘범죄도시’ 시리즈, 성장 가능성을 견지한다면?

 

수민 시리즈물 특성상 각 에피소드에 대한 평가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보기 드문 시리즈물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시도죠. 전개가 늘 비슷하기 때문에 믿고 보는 관객들의 진입 장벽도 낮아졌고요. 속된 말로 ‘뉴비’를 끌어들이긴 어렵겠지만 골수팬은 갈수록 단단해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하나의 영화가 흥행하려면 영화 곳곳에 매력적인 요소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범죄도시의 경우, 매력적인 악당이 필요하죠. 관객들은 ‘마석도(마동석 분)’의 다음 상대가 누군지에 관심을 둘 테니까요. ‘지루하고 클리셰적이다’라는 혹평을 피하려면 앞으로는 악역 캐릭터 구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네요.


현욱 저는 오히려 시리즈물이 흔하지 않은 한국에서도 범죄도시가 흥행할 수 있었던 요인은 뻔한 스토리라인 덕이라 생각합니다. 감독의 깊은 의도나 함축적 의미를 내포한 영화가 많이 등장하는 요즘, 시원하게 웃겨주는 영화는 신선하게 느껴질 테니까요.


지빈 오늘날 대한민국은 또 한 번 범죄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일 같이 극악무도한 범죄 보도가 이어지고 국민은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분노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거죠. 범죄도시는 범죄라는 무거운 소재를 가볍고 유쾌하게 연출함으로써 관객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내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Q. 범죄도시의 백미는 악역의 완성도다. 이번 4편에 등장한 ‘백창기(김무열 분)’와 ‘장동철(이동휘 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민 기존 마석도 대 악역이란 단순한 구도에서 벗어나 지능적인 장동철과 잔인한 백창기를 통해 두 유형의 악당을 볼 수 있어 신선했어요. 마치 최종 보스는 따로 있는 것처럼 말이죠.


전혀 다른 색깔의 두 악역 백창기와 장동철, 그중 저는 지능적이고 비열한 장동철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장동철의 시종일관 능청스럽고 타인을 깔보는 성격이 비호감으로 다가오면서도 매력적이었달까요.


현욱 범죄도시의 후속편이 등장할 때마다 제가 주목했던 점은 주인공인 마석도에 상응하는 악역이 등장하는가였어요. 뛰어난 싸움 실력과 함께 유쾌한 성격을 지닌 주인공과 달리 잔인하고 무미건조한 성격과 실력을 갖춘 백창기가 균형을 이루는 듯했어요. 개인적으로 범죄도시에 참 잘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빈 저는 개봉 전부터 두 명의 악역이 등장한다는 점에 상당한 기대를 품고 있었어요. 하지만 영화에서 장동철과 백창기가 쌓아온 억겁의 갈등에 비해 마무리가 싱거운 느낌을 받았어요. 악역이 두 명이라는 장점이 덜 부각된 것 같았죠. 백창기의 잔혹성만큼 장동철의 악질적인 면모도 두드러졌다면 더욱 짜임새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Q. 범죄도시, 그 네 번째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누구인가?


수민 디지털 범죄를 주제로 한 만큼 기존 등장인물로 해결하긴 전개상 어렵죠. 그런 만큼 사이버 수사대의 수사관 ‘한지수(이주빈 분)’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전작들이 마석도를 중심으로 강력범을 잡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지능 범죄를 소탕하기 위한 브레인으로 투입된 느낌이라 신선했습니다.


역시 주인공인 마석도가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클라우드, IP 등 디지털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허당미가 웃음 포인트였어요. 힘은 세지만 머리는 조금 안 좋은 마석도의 유머러스함을 잘 그려냈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현욱 저는 의외로 조연인 ‘권 사장(현봉식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두 악역 간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도 잠시, 마석도에게 백창기의 행방을 폭로하는 등 영화의 클라이맥스에는 항상 권 사장이 등장하더라고요. 보면 볼수록 더 눈이 가는 빌런의 아우라가 느껴졌어요.


지빈 범죄도시 시리즈의 팬이라면 목 빠지게 기다릴 감초 ‘장이수(박지환 분)’가 인상 깊었어요. 게임장 조작에 온라인 도박장 운영까지, 전반적으로 결코 선역은 아니죠.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주인공인 마석도와의 케미, 어딘가 모자라지만 충성스러운 면모가 관객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던 것 같습니다.

 

Q.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 연출 혹은 요소가 있었다면?


수민 영화의 도입부가 시선을 확 끌더라고요. 사람의 피가 몸에 묻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의 백창기가 어찌나 무섭던지. 한 장면만으로 인물의 성격을 단번에 알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초반에 백창기가 경쟁업체를 습격하는 장면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중장비로 벽 자체를 부수는 것부터 여러 명이 단체로 싸우는 그 장면이 멋있는 연출이었다고 느꼈어요. 급박한 액션씬이기에 스쳐 지나가는 장면도 많았을 텐데 동작 하나하나에 많은 신경을 쓴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허명행 감독의 무술 능력이 빛을 발했다’ 정도로 일축할 수 있겠네요.


현욱 저는 필리핀과 한국을 교차하는 연출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필리핀에서 백창기 일당이 벌이는 잔혹한 범죄와 달리 한국 광수대에서 활동하는 형사들의 유쾌한 분위기가 대조를 이루는게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어요.

 

지빈 범죄도시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가 바로 사운드죠. 그래서 통쾌한 타격감을 주는 마석도의 주먹과 더불어 백창기의 칼 소리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영화의 생생함을 부각시키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Q.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19금)의 범죄도시 1편 이후 후속작은 모두 15세 관람가였다. 이번 4편의 수위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가?

 

수민 개봉 전부터 이번 편의 수위를 두고 평단의 갑론을박이 계속 오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난 시리즈를 다 챙겨본 저로서는 확실히 전작에 비해 수위가 높아졌다고 느꼈어요. 대신 잔인한 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진 않을 뿐이죠. 그래서인지 사운드가 더 풍부했고 실체 없는 스산함이 감돌았던 것 같아요.


15세 관람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다 보여준 것 같달까요. 여기서 더 나갔더라면 청소년 관람 불가로 변했겠지만, 간발의 차로 15세에 머무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오히려 대놓고 잔인한 것보다 이번 편의 절제된 스릴러가 조금 더 마음에 드는 것 같기도 해요.


현욱 저는 오히려 제작진이 15세 관람가를 받으려고 애쓴 흔적이 보였어요. 빠르게 이어지는 액션씬에 의도적으로 어지러운 구도를 써 심의도, 관객의 불쾌함도 요리조리 피해갔구나 싶었죠.


지빈 여전히 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는 정도의 수위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영화 자체가 ‘범죄소탕’이라는 선한 목적이 있긴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불필요하게 폭력적인 장면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Q. 범죄도시 시리즈는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다. 실제 사건을 토대로 쓰인 범죄 오락 장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민 실화를 모티브로 삼는 건 관객들의 흥미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영화를 통해 시사하고자 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범죄도시 4>가 개봉한 이후 이를 재조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점을 미뤄 봤을 때 선순환에 일부분 기여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다는 건 양날의 검과도 같죠.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사건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장점도 분명 있을 테지만, 실제 사건을 희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으니까요.

 

현욱 저도 예고편만 봤을 때는 실제 사건의 당사자나 가족들이 자신의 사건을 상업 영화에 활용하는 데에 불쾌함을 느끼진 않을까 우려했었어요. 그러나 제작진들도 이를 인식한 듯 사이사이 진지한 장면을 넣는 등의 노력이 보였던 것 같아요. 재미와 현실성, 그리고 사회적 관심도를 끌어올린 균형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빈 실화 기반의 영화가 주는 깊은 몰입감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속 몇몇 장면들은 이 잔인하기 짝이 없는 걸 누군가는 실제로 겪었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더 몰입하게 되기도 했어요. 어쩌면 허구가 대체할 수 없을 만큼 있는 사실 그대로를 그려냈기에 범죄자에게는 강한 반감을, 피해자에게는 애도하는 마음을 깊게 새길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정민 기자 Ι wjdals031004@kyonggi.ac.kr

임현욱 기자 Ι 202310978lhw@kyonggi.ac.kr

신지빈 수습기자 Ι 202440245@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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