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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사진으로 나를 브랜딩하다, 포토 프레스 세대
  • 김세은 수습기자
  • 등록 2024-05-08 09: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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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증샷 가고 인생샷의 시대가 온다
친구들과 밥을 먹고 커피도 마셨다면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이 모든 만남의 암묵적인 룰이 된 지금, 본지는 포토 부스 시장의 발달 과정을 알아보고 이에 맞게 변화하는 현재의 모습과 다양한 이색 포토 부스를 조사해 봤다.


매 순간을 남기고 싶은 포토 프레스 세대

 

 포토 프레스 세대란 사진의 의미를 갖는 ‘Photo’와 표현을 뜻하는 ‘Express’의 합성어로 사진을 개성 표현 수단으로 사용하는 젊은 층을 일컫는 신조어다. 포토 부스가 흔해진 오늘날과 달리, 과거에 사진은 무척 귀한 것으로 여겨졌다. 디지털 카메라가 출시되지 않았던 1900년대 중반은 그야말로 필름 카메라의 전성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필름 사진의 경우, 결과물을 곧장 확인할 수 없고 실물 사진을 받으려면 현상소를 방문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기에 결혼식, 돌잔치와 같은 특별한 순간을 기록하는 매체에 그쳤다. 

 

 공고할 것만 같던 사진의 장벽이 낮아진 건 1990년, 일본의 한 게임 회사에서 ‘Print Club1’이라는 스티커 사진기를 개발한 뒤부터다. 초기 스티커 사진기는 자판기의 일종으로 분류돼 주로 아케이드 센터나 오락실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이후 일본 학생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고 꾸며 친구들과 나눠 갖는 문화가 유행처럼 번졌고 1997년 말에는 국내에서도 △프리쿠라 △얼짱 △뷰리카라 등 다양한 스티커 사진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스티커 사진기는 10·20대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국내 런칭 1년 만에 전국 1,000여 개 지점 유치에 성공하며 현재 포토 부스 시장의 기반을 다졌다.

 

사진이 곧 나의 정체성

 

 한국의 사진 문화는 2010년대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성행했다. 맹목적으로 세간의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과 개성을 강조하는, 이른바 ‘초개인화 소비’가 트렌드로 떠오르며 지난 2015년도 전후로 퍼스널 컬러나 맞춤형 사진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이어지는 2017년도에는 ‘아날로그 트렌드’ 열풍이 대대적으로 일며 인생네컷, 포토이즘과 같은 즉석 인쇄 사진이 큰 인기를 끌었다. 더불어 셀프 사진 스튜디오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포토 프레스의 시대가 개화했다. 지난 2020년도부터 △바디 프로필 △개인 사진집 △스냅 사진이 청년들의 버킷 리스트에 오르며 연예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화보 분야로까지 사진의 범위가 확대됐다.

 

 심리 전문가들은 이러한 포토 프레스 세대의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먼저, 이들은 ‘뉴트로’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포토 프레스 세대는 즉석 인쇄 사진을 통해 파일이 아닌 실물로 사진을 받아보던 시대를 간접 체험하며 신선하고 친숙한 자극을 느끼게 된다. 또한 이들은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기 때문에 선호에 따른 프레임과 포토 부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포토 프레스 세대는 사진을 오락의 일종으로 받아들인다. 이에 다양한 포즈와 소품이 발달했고 사람들과 똑같은 사진을 나눠 가지는 행위를 통해 유대감을 쌓고 즐거움을 얻게 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지금 우리 포토 부스는

 

 이렇듯 급변하는 사진 문화는 다양한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기업 ‘코레일유통’은 전국 주요 역사 내에 철도 여행 테마 한정판 포토 부스를 설치해 색다른 홍보를 시도했다. 이 밖에도 엔터 업계는 연예인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필터나 이벤트성 프레임을 내는 방식을 마케팅에 활용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 주요 대학들도 포토 부스 홍보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대학 △로고 프레임 △총장과 함께 사진을 찍는 일명 ‘총장네컷’ △마스코트 인형을 소품으로 두는 등의 전략을 통해 청년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그런가 하면 포토 프레스 세대를 통해 생겨난 이색 사진 문화도 있다. 최근 결혼 시장은 ‘웨딩네컷’ 열풍이 한창이다. 하객들은 식장에 들어가기 전 결혼식장 한편에 마련된 포토 부스에서 신랑과 신부의 이름 및 간단한 문구가 쓰인 프레임과 사진을 찍는다. 이곳에 축하 메시지를 적어 전달하는 방식의 포토 방명록이 인기다. 뿐만 아니라 포토 부스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남에 따라 단순히 프레임 변형을 주는 것에서 벗어나 △광각 △세탁기 △비행기 등 다양한 공간과 콘셉트들이 생겨났다. 또 각 콘셉트와 어울리는 소품들과 필터를 차용해 경쟁력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심화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수도권 포토 부스는 약 3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포토 프레스 세대가 확장됨에 따라 전 세계 사진 시장은 더욱 전도유망 해질 전망이다. 셀프 브랜딩이 중요해진 지금, 사진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김세은 수습기자 Ι seeun2281@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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