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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메인] 원래 저기까지 내 땅인데, 이젠 아니라고?
  • 박상준 기자
  • 등록 2024-05-08 09:19:48
  • 수정 2024-05-08 1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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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유취득시효로 이뤄지는 합법적 땅따먹기
A씨는 얼마 전 B씨 건물의 일부가 자신의 토지를 침범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A씨는 해당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점유취득시효를 통한 소유권 이전 소송이었다. 이후 소송에서 패소한 A씨는 자신의 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B씨에게 해당 땅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줘야 했다. 이에 본지는 해당 사례가 가능하게 하는 점유취득시효가 무엇인지 전북대학교 추신영(법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알아봤다.

내 땅인 듯 내 땅 아닌 내 땅 같은 너


 현재 우리나라 민법은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몇몇 원인들을 정하고 있다. 대부분은 계약과 같이 사람의 자유의지가 투영된 경우를 상정하지만, 단지 시간의 흐름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효과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시효제도라고 하며, 권리자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소멸시효제도와 때로는 권리자가 아닌 이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취득시효제도로 나뉜다. 그중 점유취득시효는 민법 제245조 1항,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명시됨에 따라 규정된다. 이처럼 점유취득시효는 소유자가 아닐지라도 위의 법안에 의거해 부동산을 오랫동안 점유한 경우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케 한다.


 대부분은 권리자가 아님에도 소유권을 부여하는 해당 제도를 부당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취득시효제도는 법률관계의 안정을 기하기 위해 일정한 사실상태가 상당 기간 계속된 경우에 그 사실 상태가 진실한 권리관계와 일치하느냐의 여부를 따지지 아니하고 그 사실상태를 존중하여 이를 진실한 권리관계로 인정하는데 의의를 둔다’고 전했다. 앞서 말했던 A씨의 경우, B씨가 20년간 해당 토지를 소유의 의사로 점유했으니 건물과 함께 소유권을 일치시키는 게 실제 사실관계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해당 제도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격언처럼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방치한 경우, 현 상태의 사실관계를 보호해 사회 안정을 이룩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점유취득시효 조건 충족⋯하늘의 별 따기


 점유취득시효를 통한 소유권 이전 과정은 이렇다. 먼저 타인 소유의 땅을 20년간 점유한 뒤 취득시효가 완성되면 점유자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취득한다. 점유자는 해당 청구권을 통해 소유자에게 소송을 제기해 청구권을 행사한다. 이를 이용해 법원 등기소에 가서 이전등기를 완료한다면 점유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가 부동산을 취득하게 된다.


 하지만 법리 적용은 매우 까다롭다. 앞서 언급했듯이 20년간 점유해야 하지만 동시에 평온, 공연하게 점유가 진행돼야 한다. 이에 자주점유 또한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소유의 의사를 가지는 동시에 점유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소유의 의사란 소유자가 행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배타적 지배를 사실상 행사하려는 의지를 뜻한다. 따라서 타인의 토지를 빌린 경우나, 명의신탁으로 점유하고 있다면 자주점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언제부터 점유의 시점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뉜다. 하나는 점유자가 점유의 개시 시점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역산설이고, 다른 하나는 임의로 선택할 수 없는 고정시설이다. 보통 판례는 고정시설이 주류고, 예외적으로 역산설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점유가 개시된 시점에 관해 소송에서 다툼이 있을 경우,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되지 않고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점유취득시효, 이대로 괜찮은가


 앞서 말한 것처럼, 취득시효제도는 법률상태와 다른 사실상태가 일정한 기간 동안 지속될 때 그것을 법률관계 그대로 인정해 사회의 질서 안정을 계획하는데 그 존재 이유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당 제도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본지는 해당 제도에 대해 전문적인 의견을 듣고자 전북대학교 추신영(법학과)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추신영 교수는 “해외에도 점유취득시효가 존재하지만 그 방식은 다르다”며 “보통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하는 경우, 소유권이 바로 발생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등기함으로서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개정을 삭제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 말했다. 추 교수가 작성한 논문에 따르면 민법 제247조 1항은 소유권취득의 효력은 점유를 개시한 때에 소급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동시에 민법 제245조 1항은 등기함으로서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며 두 시기 사이의 공백기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외에도 헌법적인 측면에서 취득시효제도는 공공복리를 위한 재산권의 제한과 다른 제도일 뿐만 아니라, 소유자에게 정당한 보상도 수반되지 않는 제도란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에 해당 제도는 사회질서의 안정에 역행하고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는 등 해당 제도에 대해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박상준 기자 Ι qkrwnsdisjdj@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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