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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조] 점유취득시효, 남의 땅을 빼앗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 정예은 수습기자
  • 등록 2024-05-08 09: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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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정범위의 과도한 개방으로 현실적 까다로운 법리적용
앞서 점유취득시효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봤다. 이에 본지는 점유취득시효가 성립하는 조건과 문제점에 대해 인천대학교 법학부에서 주로 민법과 영미사법을 강의하는 진도왕교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해 자세히 알아봤다.


Q. 점유취득시효가 성립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타인의 부동산을 20년간 점유함으로써 실권리자에게 점유취득시효를 근거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다만 그 20년에 걸쳐 이뤄진 점유는 법에서 정한 일정한 성질을 갖춰야 한다. 즉, 해당 토지를 △소유자처럼 지배하려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거나 △폭력 등이 동원됨 없이 평온하게 점유하고 △은밀함 없이 공연하게 점유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면 그 부동산을 점유해 온 자는 실소유자를 상대로 그 부동산의 소유권등기의 이전을 요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등기를 이전받음으로써 소유자가 된다.

   

Q. 점유취득시효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오랫동안 지속된 사실관계를 보호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점유취득시효를 포함한 시효제도는 공통적으로 일정 기간 지속된 사실 또는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사회 질서나 법률관계의 안정을 꾀하고 증거보전의 곤란을 해소하기 위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점유취득시효는 실소유자에 대한 배려보다 오랜 기간 현실적 점유상태를 이어온 점유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점유취득시효의 존재 의의 중 오랫동안 지속된 사실 관계의 보호는 타인 소유의 부동산이라도 그것을 법에서 정한 기간 이상 소유자처럼 사용해 온 사실이 있다면, 비록 무권리자더라도 장기 점유 사실이 사회 질서로서 확립된 것으로 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진정한 권리자를 보호하기 위해 확립된 질서를 파괴하기보다 그대로 유지시키고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Q. 점유취득시효가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개정돼야 하는지 듣고 싶다

   

 현재 민법은 점유취득시효가 성립할 수 있는 요건을 열거하고 있고, 이러한 요건 때문에 점유취득시효가 쉽게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고려된다. 다만 점유가 시작된 때와 현재의 점유사실을 증명하면 계속 점유했던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한 자로서는 성립 요건들을 증명해 내야 하는 수고가 크지 않다. 또한 점유취득시효제도의 인정범위가 과도하게 개방돼 있어 타인의 부동산을 부당하게 편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법원은 구체적 사안에서 점유취득시효의 요건들을 엄격히 해석해 그 인정범위를 제한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법리 적용이 현실적으로 까다롭다고 볼 수는 있으나, 민법규정만 놓고 보면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해 온 자에게 까다롭다고만 볼 수는 없다. 이에 해당 부분이 입법적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Q. 점유취득시효와 관련해 해외와 우리나라가 가지는 차이점이 궁금하다

   

 성립요건이나 구체적인 운용에서 차이점을 지닌다. 차이가 나는 원인 중 하나는 부동산 권리의 득실에 있어서 등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지 여부에 있다. 등기제도하에서는 거래를 통해서 부동산의 권리를 취득하려면 반드시 등기하도록 하고, 그래야만 법적으로 권리자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등기제도가 없는 나라에서는 장기 점유만으로 그 부동산의 권리를 취득할 수 있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 않겠지만, 등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점유 사실만으로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점유취득시효제도가 다소 어색할 수 있다. 즉, 이미 등기제도를 통해서 부동산의 등기명의인이 그 부동산의 소유자임이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타인이 그 부동산을 오래 점유했다고 해서 등기명의인의 권리를 박탈하고 그 점유자에게 권리를 취득시키는 것은 등기제도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등기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에서는 점유취득시효를 원칙적으로 미등기부동산에만 한정해 적용하되, 등기된 부동산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적용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우리 민법은 등기된 부동산이든 미등기부동산이든 구별하지 않고 점유취득시효를 적용하고 있다. 이 부분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점유취득시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다

   

 결국 점유취득시효는 부동산의 권리를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지의 문제를 담고 있다. 즉, 점유자와 등기명의인 중 누구를 더 우위에 둬 보호할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처럼 부동산의 권리득실에 등기제도를 관철시키고 있는 상황에서는 점유취득시효의 효과가 그 등기제도에 미칠 영향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또한 점유취득시효제도가 등기제도 또는 등기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예은 수습기자 Ι 20241238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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