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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일을 준비하던 누군가가, 오늘 죽었다
  • 홍지성 수습기자
  • 등록 2023-03-06 09: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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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지인이 죽음을 선택한다면 어떨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소설 또한 주변을 둘러보면 알 수 있는 상황을 무심코 지나쳐서 일어난 얘기를 담고 있다. ‘우아한 거짓말’에는 △천지 △천지의 언니 만지 △천지의 엄마 △천지의 동급생 화연 등이 등장한다. 평소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았던 천지가 엄마한테 카세트테이프를 사달라고 요구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마와 언니는 이를 어린애의 치기라 여기며 무심히 지나치고 이날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천지는 목을 매달아 14살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 천지의 가족은 새집으로 이사를 가 천지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천지의 죽음에 자신이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음을 직감한다. 그 후 자살 이전 천지가 본인의 상처와 힘든 감정을 담아둔 쪽지를 발견하고 그 실마리를 쫓게 된다.

 이 책은 약 5년 뒤 △김희애 △김향기 △김유정 주연의 영화로 방영됐다. 책과 영화의 엔딩을 보면 두 작품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책에서는 천지가 죽기 직전의 상황으로 돌아가 엄마와 만지가 천지의 죽음을 막은 후 천지의 독백이 나오며 마무리되지만, 영화는 엄마와 만지가 모든 걸 용서하고 늘 그랬듯이 씩씩하게 살아가며 막을 내린다. 영화는 제45회 지포니 영화제에서 특별상인 CGS(사회문화청소년영화) 상을 받는 등 좋은 평을 받았지만, 내용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개가 깔끔한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기자는 이 책을 천지와 같은 나이일 때 접했다. “엄마, 나 너무 나쁜 언니였던 것 같아”라는 만지의 외침에 공감했다. 책을 읽으면서 동생이 있는 기자도 좋은 언니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꼈다. 용서를 빌 수 있는 동생이 없으니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꾹 눌러놨던 만지의 감정이 터져 나온 말이 인상적이었다.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내 몸에 겁이 났습니다.

점점 흐려지는 세상이 무서웠습니다.

미안합니다. 이제, 갑니다.

『우아한 거짓말 中』

 

 이 책의 내용은 작가의 어린 시절 힘들었던 경험에서 비롯된다. 주인공 천지와 비슷한 나이였을 무렵, 작가도 세상과 등지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랬던 작가를 구한 것은 진심이 담긴 지인의 안부 인사였다. 김려령 작가는 상대방을 위하는 우아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도 하지만, 모순되게도 벼랑 끝에 선 사람을 구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기자는 앞으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 담담하지만, 걱정 어린 한마디를 건넬 것이다. 지금부터 그 한마디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지금, 당신은 괜찮나요?

 

홍지성 수습기자ㅣwltjd0423@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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