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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외계인이 흘리고 간 악기, 테레민
  • 김서연 기자
  • 등록 2022-03-03 13:53:38
  • 수정 2022-03-15 09: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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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공에 손짓을 하면 선율이 흐르는 마법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악기는 건반을 누르거나, 활을 켜는 등 연주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분명히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 완전히 새로운 악기가 있다.
마치 마법사가 된 듯, 텅 빈 공중을 휘저으며 소리를 만드는 테레민.
본지에서는 마법 같은 악기 테레민에 대해 알아봤다.

인류 최초의 전자악기 테레민 


 테레민(Theremin)은 전자악기의 일종으로 1920년 러시아 음향 물리학자 레온 테레민에 의해 처음 발명됐다. 전자기장의 간섭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데, 이는 라디오 안테나에 손을 대면 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지는 것에서 착안했다. 연주자는 악기와의 물리적 접촉 없이 안테나 근처에서 손과 손가락을 움직여 소리를 내는데, 이러한 독특한 연주법 때문에 마치 연주자가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보여 ‘외계인이 흘리고 간 악기’로 불리기도 했다. 


 테레민의 소리는 현악기와 가장 유사한데, 특유의 음산하고 웅장한 소리가 고래 소리 또는 사람의 목소리 같다는 의견도 많다. 이러한 낯설고 으스스한 분위기 덕분에 가장 무서운 소리를 내는 악기로 알려져 공포영화의 배경음악 제작에 자주 사용된다. 


손짓으로 소리를 만드는 방법 


 테레민은 △전기 장치가 들어있는 본체 △고리 모양의 금속 안테나 △막대 모양의 금속 안테나로 이뤄져 있고, 본체 안에는 두 개의 고주파 발진기가 들어있다. 두 개의 발진기는 각각 고리 모양 안테나와 막대 모양 안테나와 연결돼 각기 다른 진동을 만들어 내는데, 이때 그 진동은 안테나 주변에 전자기장을 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전자기장에 연주자의 손이 회로의 일부분처럼 작동하면서 회로 내에서 전기 용량을 변환하는 데 영향을 줘 주파수를 결정한다. 즉, 안테나 주변에 형성된 전자기장에 손을 넣어 진동에 변화를 주는 원리인 것이다. 


 이때 고리 모양 안테나는 음량을, 막대 모양 안테나는 음정을 조절하는데 각각 변화된 안테나의 주파수는 테레민의 음량과 음정을 결정한다. 이렇게 변화된 음량 안테나와 음정 안테나의 두 주파수가 믹서를 통해 혼합되면 일정한 음형을 띠는 음고를 가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해당 음고를 스피커로 전송해 다양한 소리를 출력하면 음산하고 웅장한 테레민만의 소리를 낼 수 있다. 


어떻게 음을 딱! 찾는 걸까?


 테레민 연주자는 주로 테레민 앞에 서서 두 손과 손가락을 움직여 소리를 낸다. 보통 왼손은 음량 안테나(고리 모양 안테나)를, 오른손은 음정 안테나(막대 모양 안테나)를 조절하는데 연주자에 따라 안테나의 배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음량 안테나는 손이 안테나에 가까워질수록 작은 소리를 내기 때문에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볼륨을 조절해야 하고, 음정 안테나는 손을 가까이 댈수록 높은 소리를 내므로 좌우로 움직이며 음계를 조절해야 한다. 


 테레민은 현악기처럼 대략의 음계 위치를 기억했다가 연주자가 감으로 그 음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연주된다. 각 위치가 어떤 음을 내는지 연주자가 훈련을 통해 기억해야 하고, 손과 손목의 미세한 움직임을 익혀야 한다. 그러나 오랜 훈련에도 매번 허공에서 정확한 지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연주자는 볼륨을 최대한 줄인 상태에서 소리를 높여가며 음을 찾는다. 빠른 곡은 빠르게 음을 찾고, 느린 곡일 경우엔 음을 찾는 과정의 이어지는 음을 이용해 오히려 그 음에 젖어들 수 있는 하나의 연주법으로 사용 하기도 한다. 


김서연 기자 Ι tjdus562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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