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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덥, 열정 하나로 이뤄낸 래퍼의 꿈
  • 황재영
  • 등록 2017-04-10 10:31:50
  • 수정 2017-05-10 14: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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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가 흥행하면서
힙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 중 ‘쇼미더머니4’에 출전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린 본교 학생이 있다.
바로 앤덥이라는 이름으로 래퍼활동을 하고 있는 한별(청소년·4)군이다.
풍부한 랩 경험을 바탕으로 활동 중인 한 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래퍼로 활동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린 시절 취미로 힙합을 굉장히 좋아했다. 나의 생각과 인생을 긴 호흡으로 구구절절 옮겨놓을 수 있어 다른 음악 장르보다 매력적이었 기 때문이다. 여자친구를 사랑하듯 순수하게 힙합을 좋아하다보니 자 연스럽게 힙합가수의 노래를 찾아보고 따라 불렀다. 이외에 힙합관련 잡지도 많이 사서 읽고 영어가사를 직접 해석했다. 그렇다 해도 래퍼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당시는 힙합 장르가 무시당하 던 시절이라 래퍼로 살면서 괜찮은 수입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집안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고 설상가상으로 부친상 을 당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얼마 후 정기공연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이왕 사는거 하고 싶은 일하며 끝까지 해보자” 는 결심을 하게 됐다. 물론 어머니께서는 래퍼가 되겠다는 목표를 달가 워하지 않으셨지만, 평소 내가 하는 일을 신뢰하고 계셨기에 결국 나의 꿈을 응원해주셨다.


본교 청소년학과 재학과 음악활동을 같이 하는 개인적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전과목 내신 1등급 달성과 더불어 서울권 대학에 진학하기로 어머니 와 약속하고 예술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생 때 처음에는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포기했다. 이후 어머니 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학은 가야했고, 막연히 서울에 위치한 입학 점수가 낮은 대학에서 제일 낮은 학과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4년의 대학생활을 대충 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대학교에서 알차게 배울 수 있는 과목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 했다. 고민을 하던 중 어느 날 쿠바 청소년들의 재활에 관한 영상을 봤 다. 그들이 마약과 폭력으로 방황하고 있을 때 힙합과 노래를 가르쳐주 자 재범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영상을 보고 “내가 음악 으로 돈은 많이 못 벌더라도 가치 있는 일을 하면 뿌듯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결국 청소년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실제로 청소년학과에서 인간의 심리와 발달과정에 대해 공부하며 지난 인생을 돌아보고 인생철학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해보게 돼 음악 활동에도 도움이 됐다. 주위 에서는 학업과 음악활동을 같이 병행하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도 듣 는다. 하지만 나는 사람을 만나고 여러 일을 하면서 겪는 경험과 감정을 노래로 옮기는 작업을 주로 하므로 오히려 도움이 된다. 청소년 시절에 도 △학업 △공연 △음반작업을 항상 같이 병행했기에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앞으로 최소 2가지 일은 병행하며 살아갈 계획이다.

 

쇼미더머니4에 참가한 계기와 본 대회를 통해 얻은 경험이 듣고 싶다.


   당시 인디활동만 질리도록 하다 보니 음악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또 힙합 및 공연시장이 방송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인디활동에만 매 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쇼미더머니4에 참가했는데 확실히 인디활동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인디활동은 내 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원하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고 활동 내용을 마 음가는대로 스스로 기획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롭다. 그렇지만 방송은 정해진 틀이 있고 내가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 제작진의 의도에 맞게 움직여야 하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다. 쇼미더머니4 출연은 이러 한 방송의 특징과 더불어 경쟁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육체적·심적으 로 힘든 그야말로 극한 경험이었다. 실제로 경쟁자들 간에 갈등이 생기 기도 했다. 프로 축구선수들도 웃으면서 경기를 뛰지 않듯이 래퍼들도 진지하게 대회에 임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잠깐 겪 게 되는 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소한 다툼이 발생해도 곧바로 화해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이러한 방송을 통해 주위의 실력 있는 래퍼들을 보며 자극도 많이 받고 생활방식도 바꾸게 됐다. 대회 참가 이전에는 ‘대충 살아가자’는 생각이 강했지만 이제는 하는 일에 대해 더욱 열정을 가지고 전보다 열심히 살고있다.

 

래퍼활동을 하면서 보람찼던 경험과 어려웠던 일에 대해 알고 싶다.


  평소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이를 노래로 담아내는 작업을 한다. 그래서 곡을 썼던 순간의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분들이 내 노래를 통해 위로받고 공감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무엇보다 곡을 쓰는 행위가 내 생각과 감정을 끊임없이 정리하고 자신 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뿌듯하다. 다만 힙합 장르가 다른 음악 장르에 대해 유난히 음악 외적으로 오해 받고 사실을 왜곡당해 속상하다. 예를 들면 ‘래퍼 A와 B가 싸웠다’와 같이 음악과 전혀 관계없고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소문이 이슈가 돼 많이 떠돌아다닌다. 이 부분이 상당히 아쉽고, 유언비어보다는 많은 분들과 순수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든다. 2015년 ‘쇼미 더머니4’에 출현했을 때도 몇몇 발언들을 왜곡해 소문을 퍼뜨리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곤혹을 치렀다.

 

인생의 목표와 더불어 가수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시간이 지나 △연기자 △래퍼 △청소년 관련 직업 등 무엇을 하든 △감정 △생각 △경험 모든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살고 싶다. 힙합 뿐 아니라 연기활동도 오래전부터 해왔는데 노래나 연기 모두 무언가 를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행위다. 이러한 활동으로 누군가의 삶이 풍성 해진다면 더욱 보람찰 것이다. 음악 관련 활동을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음악을 하면서 과도하게 자책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사실 래퍼라는 직업은 자존감을 떨어뜨리면서까지 도전해볼만큼 성공 하기 쉬운 분야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런데도 주위에 자기 자신을 비난 하면서 음악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정말로 음악을 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 다면 즐기면서 했으면 한다. 단, 금전과 같은 부분은 과감히 포기할 각오를 하고 도전해야 할 것이다. 나 또한 음악을 직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했을 때, 돈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찌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하고 있는 현실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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