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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노화의 비밀, 텔로미어
  • 한수림
  • 등록 2020-09-15 09: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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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어지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그 비밀
최근 염색체의 끝부분에서 염색체를 보호하는‘텔로미어(telomere)’가 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안티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의 노화 원인을 알아보고 그에 대한 과학적 비밀을 풀어보고자 한다.


 안티에이징은 △노화 방지 △항노화 △노화 억제 등의 광범위한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다. 노화 방지는 비단 현대인들만의 열망은 아니다. 중국의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 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사시에서도 영생을 얻고자 모험을 떠나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러한 인류의 소망은 노벨상에서도 볼 수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2009년 9월 5일 블랙번 교수 외 2인을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세포가 분열할 때 유전정보가 담겨 있는 염색체가 분해되지 않고 완벽하게 복제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 점을 해결해 노화의 비밀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그 해답은 바로 세포 내 염색체 말단에 모자처럼 씌워진 텔로미어와 텔로미 어를 다시 합성해 보호하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스다.
 
 텔로미어는 ‘끝’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텔로스’로부터 유래했으며 진핵생물 염색체의 말단부에 존재하는 특수한 DNA 서열이다. 사람은 생명 유지를 위해 유전자를 복제하고, 분열된 세포 에 염색체를 물려주며 평생 세포분열을 거듭해야 한다. 블랙번은 수많은 세포분열 속에서 염색체들이 분해되지 않고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연구했다. 그 결과 기존의 염색체는 복제 과정에서 실가닥처럼 해체되지만, 텔로미어에 의해 보호되면서 염색체의 실이 서로 엉키지 않고 정확한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텔로미어는 복제될 때마다 조금씩 닳아 짧아지게 되는데 이때 염색체는 안정성이 파괴돼 제대로 복제되지 못한다. 인간을 비롯한 진핵생물의 염색체는 선형인데, 선형 분자에서 DNA 중합 효소1)는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기 때문에 DNA 말단을 완전히 복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DNA를 복제할 때 RNA 프라이머2)가 일시적으로 사용 및 제거되고 결과적으로 복제된 DNA는 불완전한 말단을 갖게 된다. 반면 텔로미어가 존재하면 염색체 말단을 안정화해 완전한 복제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텔로미어는 텔로머레이스에 의해 복제된다. 텔로머레이스는 자체 RNA를 가지고 있는 중합 효소다. GGTT로 끝나는 DNA 말단에 텔로머레이스가 결합 후, DNA 중합 과정을 거쳐 GGTTAGGGTT의 반복서열을 생성한다. 다시 말해 텔로머레이스는 자체 RNA 주형을 지닌 특화된 역전사효소3)로 일반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세포에서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많은 유형의 세포들은 텔로머레이스의 수준이 낮아 효소의 활동이 염색체 복제를 따라가지 못해 분열할 때마다 각 텔로미어로 부터 100~200여 개의 뉴클레오타이드가 사라진다. 이로 인해 염색체의 말단은 완전히 복제될 수 없어 후손 세포는 결점이 있는 염색체를 물려받게 된다. 결국 후손 세포는 세포주기로부터 영구적으로 빠져나와 분열을 중단하는 세포 노화에 이른다. 연구진들은 이 이론을 바탕으로 텔로미어를 세포의 수명을 조절하는 계측기인 동시에 노화의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 심혈관 질병 △당뇨 △알츠하이머 △암 등이 텔로미어 측정으로 예측이 가능한 질병으로 꼽히며 미래에는 사람의 남은 수명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텔로미어 유지 경로의 오작동으로 인한 유전병이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는데 이를 텔로미어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텔로미어 증후군과 유전학 연구 결과, 텔로미어 유지에 관여하 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한 텔로미어 단축은 오히려 노화 관련 질병과 사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 스페인 국립암연구소의 블라스코 교수팀은 유전자 조작으로 쥐의 온몸에 텔로머레이스를 과발현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흥미롭게도 수명을 현저하게 늘려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많은 암세포가 발생했다. 이렇듯 텔로미어를 잘못 활용할 시 암 발병률을 포함한 노화 질환의 위험이 증가하기에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1) 핵산의 중합 반응을 돕는 물질
2) DNA 합성 시 주형에 상보적으로 하나의 중합체 가닥이 만들어지는 짧은 유전자 서열 
3) RNA를 주형틀로 사용해 RNA 서열에 상보적인 DNA 가닥을 만드는 작용을 하는 효소

한수림 기자│cottage78@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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