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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주체성은 언제나 곁에 함께한다
  • 정아윤
  • 등록 2020-03-16 0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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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들은 아직까지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틀에 갇혀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여성들을 통제하에만 움직이게 한다면 내면의 분노는 계속해서 쌓이게 될 것이다. 만약 주체성이 강한 여성이 또 다른 주체적인 여성을 만나 서로의 힘을 합치게 된다면 어떨까? 이를 영화 아가씨를 통해 살펴보자.

 

일찍 부모를 잃고 후견인인 이모부 코우즈키 아래서 살아왔던 히데코. 코우즈키의 통제하에 이뤄지던 음란 서적 낭독회가 이모의 자살로 히데코의 몫으로 넘어가게 된 후, 그녀의 삶은 강제적인 낭독 수업과 낭독회로 가득 차게 된다. 그러던 중 낭독회의 새로운 손님이자 코우즈키가 섭외한 위조 전문가인 후지와라가 등장한다. 히데코는 그로부터 자신과 위장 결혼을 한 후 그녀의 재산 중 일부를 넘겨주면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제안받는다. 히데코는 이를 받아들이며 자신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자기 대신 정신병원에 들어갈 하녀를 구해 달라 청한다. 이에 후지와라는 장물어미 손에서 자란 고아 숙희를 데려와 히데코의 수발을 들도록 시킨다. 동시에 그는 숙희에게 히데코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고, 결혼까지 성사된다면 히데코를 정신병원에 가둔 뒤 그녀의 지분을 모두 주겠다고 속인다. 모든 일은 후지와라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했으나, 아가씨와 하녀의 신분으로 만난 히데코와 숙희는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결국 서로를 사랑하게 된 그녀들은 후지와라와 꾸민 일과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코우즈키와 후지와라를 속이고 달아날 계획을 짠다. 이후 후지와라와 히데코의 계획에 따라 정신병원에 숙희가 갇히게 되지만, 히데코는 후지와라를 기절시키고 정신병원에 불을 질러 모두 사망한 것으로 꾸민 뒤 숙희를 빼온다. 결국 숙희와 히데코는 서로를 신분의 차별 없이 온전하게 사랑하게 되고, 그녀들만의 삶을 되찾아 함께 행복해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 아가씨는 1-숙희 시점 2-히데코 시점 3-3인칭 시점의 3부작으로 특이하게 이뤄져 있다. 영화 진행이 시간 순서가 아니라 시점 위주로 이뤄져 자칫 헷갈리고 복잡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퍼즐 이 맞춰지는 듯한 마무리와 큰 반전에 감명을 받는다. 또한 영화 내부에는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다른 모습의 여성상이 존재한다. 히데코는 꽤나 수동적인 이미지로 표현됐으나, 동시에 이모부에게 저항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한 사기꾼 백작 후지와라의 제안에서 히데코는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내세운다. 이러한 장면들에서 우리는 그녀의 주체성을 엿볼 수 있고, 동시에 이 영화에서 주체적인 여성은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것을 결국 얻어낼 수 있는 존재라는 메시지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 히데코

얘 왜 이럴까? 왜 이렇게 제가 화났다는 걸 표시 내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한숨 쉬고, 백작 하고 마주칠 때마다 숙희의 눈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당신 싫어요’”

                                                                                    - 히데코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 숙희


현대의 여성들의 내면에는 숨겨진 히데코와 숙희가 존재한다. 몇몇 여성들은 이미 히데코와 숙희가 돼서 아직 내면을 채 드러내지 못한 여성들을 돕고 있다. 모든 여성들이 자신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그날까지 그들의 노력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정아윤 기자aqswde928@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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