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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의 산증인, 오래가게
  • 임진우 정기자
  • 등록 2018-04-02 1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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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멋과 이야기를 담다
작년 말 서울캠퍼스 근처 종로와 을지로 일대의 오래가게가 선정됐습니다. △안국역 △종각역 △을지로 3가역 근처에 밀집해 있어 지하철을 통해 쉽게 갈 수 있는 오래가게, 함께 살펴볼까요?

 


다 함께 오래오래 가게

 

 오래가게란 ‘오래된 가게, 오래가길 바란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입 니다. 기존에 오래된 가게는 일본식 한자어 명칭 ‘노포’로 불렸는데요. 공모전을 통해 이를 대신할 오래가게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오래 가게는 서울의 오래된 가게 2,838곳의 기초 자료를 수집한 후 △문화 해설사 △외국인 △대학생 등의 현장방문 및 평가를 받아 총 39곳이 선정됐습니다. 대부분이 30년 이상 운영됐거나 2대 이상 전통을 계승 한 가게,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장인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제각기의 스토리를 지닙니다. 구체적인 업종으로는 △다방 △떡집 △수공예점 △ 레코드점 등의 생활문화와 전통공예 분야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오래가게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관광홍보 사이트 ‘서울스토리’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그중에는 오래가게를 9개의 테마로 분류한 글도 있는데요. 시에서 작성한 만큼 신뢰성이 높다는 생각에 과거 유행했던 문화들을 제공하는, 혹은 묵묵히 자신들의 가치를 만들고 있는 가게를 골라 방문해봤습니다

 

테마 6 -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 ‘학림다방’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혜화역 3번 출구에서 내려 반대 방향으로 3분 만 걸어가면 도착하는 학림다방입니다. 당시 서울대학교 축제인 ‘학림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름이 탄생했으며 1956년 개업해 어느덧 60 년이 넘는 세월을 간직하는 중입니다. 학림다방은 오래된 세월만큼 수 많은 역사가 담겨 있는데요. 운동권 학생을 비롯해 문학가와 예술가들 이 찾아와 이야기장을 펼치는 장소였으며 1981년에는 군부세력이 학생 운동조직을 탄압한 학림사건의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기자가 찾아간 학림다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카페에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분위기였습니다. 가게 안 어디 있는지 모를 스피커에서는 웅장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와 편안한 감정을 가져다줬습니다. 요즘의 카페가 사람들과 대화를 위해 가는 곳이라면 학림다방은 차를 마시며 조용한 분위기에 취해볼 수 있는 곳입니다. 최근에는 비엔나커피와 크림 치즈케이크를 맛보러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특히 에스프레소 위에 생크림을 얹은 비엔나커피는 손님들에게 옛 시절을 다 시금 떠올리게 해준다는데요. 한껏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다방 문화의 산실 학림다방에서 차 한 잔 어떠신가요?

 

테마 9 - ‘송림수제화’ 사람들에게 꽃길을 열어주다

 

 다음으로 혜화역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통해 환승한 후 찾아 간 곳은 송림수제화입니다. 을지로 3가역 2번 출구에서 1분 거리에 위치한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 벽에는 구두가, 오른쪽 벽에는 운동화가 가득 차있어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1936년 개업해 4대째 가 업을 이어오고 있는 송림수제화는 6.25전쟁 직후 영국군 군화를 개조해 한국 최초의 등산화를 만들면서 유명해졌습니다. 평균 30년 이상의 기술자들이 정성을 다하는 덕분인지 1977년 한국인 최초 에베레스트 를 등반한 고상돈 씨, 세계 최초로 3개 극지점과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한 탐험가 허영호 씨 등 유명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장소입니다. 실제로 가게에서는 이들이 신었던 신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직접 방문한 기자는 발에 대한 사장님의 애정이 남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신발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기자가 원래 발보다 한 사이즈 큰 신발을 신는다고 하자 곧바로 “볼이 엄청 크네, 잘 관리 해야겠어”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 “사람들은 각자의 발에 맞는 신발을 신어야해, 그래야 편안해져”라고 덧붙이시기도 했습니다. 각자의 발에 맞는 신발을 신어야 편하다는 사장님의 말씀처럼, 많은 이에게 편안한 길을 선사해준 송림수제화는 아직도 사람들의 가슴 속에 고마운 존재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테마 8 - ‘서울음악사’ 음악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다

 

 을지로 3가역에서 두 정거장을 지나 도착한 곳은 오랫동안 시청역 지하상가를 지켜온 터줏대감 서울음악사입니다. 시청역 5번 출구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서울음악사는 1971년 △일제 녹음기 두 대 △ 카세트 테이프 16개 △LP판 100개로 가게를 시작했습니다. 개업 당시에는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 음악을 틀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고 하는데요. 특히 패티김의 ‘이별’이라는 노래가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셨습니다. 비록 현재는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줄었지만 △카세트테 이프 △CD △DVD 등과 함께 클래식 음반은 꾸준히 판매된다고 얘기 하시기도 했습니다.

 

 오래된 가게이다 보니 옛날 노래만 취급하고 있을 것 같지만 최신노 래도 몇몇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이유 CD를 찾는 기자의 질문에 사장 님은 이미 다 팔렸을 거라며 진열대 끝 쪽을 살펴보라고 하셨는데요. 사장님이 가리킨 곳에는 조용필, 이문세 뿐 아니라 △뮤지컬영화 라라 랜드 △월드스타 싸이 △아이돌 가수 GOT7의 CD까지 진열돼있었습 니다. 요즘 사람들의 취향에 맞춘 CD들도 보유하고 있는 서울음악사 야말로 전 시대를 아우르고 있는 가게가 아닐까 싶습니다.

 

 


테마 1 - ‘탈방’ 한국 고유의 멋을 담다

 

 안국역 6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탈방’은 인사동 문화의 거리에 위치해있습니다. 1984년 개업을 시작해 4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아늑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현재 이곳에서는 우리나라 탈의 두 가지 계보를 잇는 의식용 탈 ‘하회탈’과 놀이용 탈인 ‘산대탈’을 판매 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의 차이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장님은 하회 별신굿에 사용되기도 하는 하회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통적인 모습, 백성들이 놀이판에서 사용하던 산대탈은 대체로 화려한 색의 탈이 라고 답해주셨습니다.

 

 가게에 들어서면 아무래도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산대탈들입니 다. 할미탈의 빨간 입술과 검은 얼굴의 도깨비 먹중탈은 독특한 모습으 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탈의 외형보다 는 분위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탈을 이루는 곡선 하나하나, 손길이 닿 은 구석구석에 정성이 담겨있는 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직접 방문하면 이런 독특한 매력을 가진 탈의 제작과정까지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렇게 찾아본 오래가게, 우리가 자주 가는 △PC방 △영화관 △카페 등도 좋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질린다면 부모님 세대들이 즐겼던 문화의 향수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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