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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도시를 좌우하다
  • 임진우 정기자
  • 등록 2018-04-02 09: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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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발전의 숨겨진 이면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연남동 △망원동 △상수동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 지역들은 모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성장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조금 낯선 단어일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본지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고급화에서 획일화로

 

 본래 젠트리피케이션이란 과거 영국의 신사(Gentry)계급이 들어오면서 낙후된 지역이 고급스럽게 변하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주목받은 지역의 상승하는 임대 료를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이 이탈하고 대규모 자본을 소유한 외 부인이 유입되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이미 오래전부 터 젠트리피케이션이 지속된 홍대, 이태원 경리단길이 있고 최근에는 연남동과 망원동이 떠오르고 있다. 이 지역들은 과거 각 지역만의 특색을 가지고 개성있는 상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고, 이는 곧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어져 갑작스런 성장을 맞이했다. 연남동, 상수동 등은 겉으로는 본 문제에 해당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외지인 소유 건물의 비율을 살펴보면 큰 변화가 있었다.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과 2015년을 비교했을 때 상수동은 44%에서 66%, 연남동은 34%에서 60%의 비율로 두 지역 모두 절반이 넘는 건물을 외지인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급격한 변화의 부작용

 

 사실 우리나라의 젠트리피케이션은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 기도 하다. 해당 용어가 다른 나라에서 주거지역의 변화를 의미 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상업지역의 변화를 설명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외국과 는 달리 다양한 문제를 양산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나치게 빠른 발전 속도’다. 젊은이들의 메카라고 불리는 홍대와 신 촌은 2000년대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 때문에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곳들은 현재 상인들에게 발전의 최대점을 찍은 것으로 인식돼 새롭게 발전될 또 다른 지역이 모색되고 있다. 결국 또 다른 지역이 발전하게 되면 해당지역의 원주민들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우리나라 원주민들간의 공동체의식이 약하다는 점이다. 외국에서 주민들의 자체적인 노력으로 지역이 지켜지는 반면 우리나라 원주민들은 서로가 외부로 밀려나가는 상황에서 지켜만 보고 있다. 이런 부작용들이 걱정되는 탓인지 문재인 정부도 임대료 상한 한도를 낮추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강화하고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지원을 해주는 상생협약제도 등을 시행해 원주민들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기가 원동력이 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 근거로 해당 지역의 건물과 편의시설들이 발전되며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을 손 꼽는다. 맹다미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 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서울의 절반은 슬럼가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상업지역의 지나친 집중, 원주민의 퇴출 문제들을 해결한다면 젠트리피케이션은 분명 긍정적 효과를 일으킨다. 실제로 이를 극복한 영국 북부의 쇼디치는 1980년대 이후 젊은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들어오며 인기를 끌게 됐다. 이곳 역시 사람들이 몰려들며 원주민이 하나 둘 쫓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지역 사회 조합을 결성해 고유문화와 주민들 의 권리를 지켜냈다. 또 2006년 파리에서는 건물 1층에 입점한 업종을 다른 용도로 전환하지 못하게 하는 국가차원의 도시계획을 실시하기도 했다. 덕분에 현재 파리는 예전과 같은 특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역발전에 성공적으로 기여한 사례들이 있는 이상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영역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유시민 작가가 젠트리피케이션을 “인류 역사상 막을 방법이 없는 문제”라고 말한 만큼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로 인 식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원주민들만 쫓겨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 건물주도 함께 공생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이다. 함께하는 사회가 아름답듯이 우리나라에도 다 같이 살아가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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