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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청춘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 정가은 기자
  • 등록 2024-06-04 1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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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갛게 익기 전 풋풋한 초록빛의 사과처럼,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음악을 펼치는 밴드가 있다. 바로 일본의 3인조 록 밴드 Mrs. GREEN APPLE이다. 2013년 4명으로 결성된 밴드는 시간이 지나면서 멤버들의 영입과 탈퇴의 반복으로 그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지난 2021년 멤버 2명의 탈퇴로 현재는 3명밖에 남지 않았지만, 보컬 및 기타 오모리 모토키가 △푸름과 여름 △인페르노 △댄스 홀 등 밴드 노래의 작사·작곡을 맡아 변하지 않는 그들만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춘수(春愁)는 지난 2018년 발매한 싱글 앨범 의 수록곡이다. 제목의 한자를 직역하면 ‘봄의 근심’이란 뜻으로 봄이 끝나가는 시기의 아쉬움과 뒤숭숭한 마음을 의미한다. 빠르면 12월, 늦어도 2월에 고등학교 졸업식을 진행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일반적으로 3월에 졸업한다. 일본에서 봄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정들었던 장소를 떠나는 이별의 계절이기도 한 것이다. 봄의 졸업식이란 주제에 맞춰 노래는 잔잔하고 서정적으로 전개된다. 그러는 동안 피아노와 드럼 중심의 통통 튀는 리듬은 갈팡질팡한 혼란스러운 마음을 보여준다. 곡의 뮤직비디오 속 학생은 교실의 시끄러운 소리를 듣기 싫다는 듯 이어폰을 낀 채 창밖을 바라본다. 그러다 갑작스레 △교실 △거리 △도시 등 익숙하던 장소에서 모든 사람이 사라진다. 이후 홀로 거리를 떠돌다 잠에서 깨듯 다시 시끌벅적한 교실로 돌아오고, 이어폰을 뺀 채로 친구들에게 다가간다. 학생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가사는 사람도, 친구도 싫다고 말하다가 ‘사실은, 정말 좋아해’라며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다.

 

“世界は變わりゆくけど それだけでいいや

(세상은 변해가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좋아)”

『춘수(春愁)』 中

 

 오모리는 해당 곡에 대해 “자신의 학창 생활은 다른 학생들처럼 청춘을 보내는 일반적인 생활과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학교에서 사진을 찍거나 친구와 이야기한 일상을 잊고 싶지 않아 제작한 곡”이라고 밝혔다. 짧은 청춘 중에서 3년이란 시간은 함께했던 이들이 자신의 일상이 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다. 그런 사람들과 이별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오면 계속될 것 같던 일상이 사라진단 생각에 공허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서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도, 서로 다투고 힘들기도 했던 그 모든 기억은 소소한 웃음과 함께 아쉬움으로 변한다. 오모리는 그런 아쉬움에 대해 ‘그저 내일이 찾아오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라고 답한다. 서로 일상을 살아가며 소중했던 시간을 떠올리면 언젠가 다시 만나 또 다른 모습으로 일상을 맞이할 테니 말이다.

 

정가은 기자 Ι 202210059@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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