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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後] 권태가 찾아오는 이유
  • 정민 기자
  • 등록 2024-06-04 12: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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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이 끝나면 매일같이 찾아가던 신문사를 향한 발걸음이 뜸해진 건 올해 초였다. 지난 2년간 해온 일들에 비하면 맡았던 업무량도 눈에 띄게 줄었지만 왜인지 마음은 더욱 힘들었던 시기였다. 신문사를 떠올리면 뿌듯함보다는 허탈함에 한숨이 나왔으나 티 내지 않기 위해 또다시 한동안 사무실을 찾지 않았다. 고생하는 동료들을 보면 안쓰럽고 때론 이런 싫증에 대한 죄책감도 들었지만 이전과 같은 열정을 보이기 어려웠다. 기자는 권태기를 지나고 있었다.

 

 어떤 일이나 상태에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을 ‘권태’라고 한다. 연인 관계에서 오는 ‘권태기’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권태는 삶의 모든 과정에 찾아들 수 있다. 대인관계에서도, 열심히 몰두하고 있던 하나의 일에서도 권태감은 나타난다. 흔히 새로움이 익숙해지고 흥미가 잦아들 때쯤, 상대의 단점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며 권태기가 시작된다. ‘잠깐이겠지’ 싶은 그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 끝내 관계의 결말을 맞이하게 하기도 한다. 단순하게 개인 안에서 느껴지는 지루함이나 따분함을 넘어 그 사람이 권태감을 느끼는 대상에도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권태는 ‘지나가겠거니’ 하고 무시할 수만은 없는 감정이다.

 

 허나 애초부터 싫어했던 일이라면 권태는 찾아오지 않는다. 연인 사이의 권태기도 뜨겁게 사랑했던 시기가 지남에 따라 오는 것처럼 한때 열과 성을 다해 좋아했던 일이기에 권태감도 찾아오는 것이다. 기자에게 신문사도 그러하다. 대학 생활의 전부였고, 20대 초반의 모든 시간을 쏟아부은 신문사였다. 수차례 힘든 순간을 겪었음에도 신문사 일을 포기하지 않았던 까닭에는 의무감도 있었지만 그만큼 애정이 있었다.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았다면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벌써 기자가 참여하는 마지막 호다. 1학년 때는 막연하게만 느껴졌고, 2학년이 되니 기다려졌던 퇴임이 기자에게도 왔다. 웃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다면 잠깐의 권태도 모두 잊고 아련한 추억처럼 기억되지 않을까. 그러니 잠깐의 권태로 관계의 종말까지 생각하며 괜히 겁먹지 말자. 권태는 그저 열정적이었던 순간이 남기고 간 후유증이니 말이다.

 

글·사진 정민 기자 Ι wjdals031004@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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