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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조] 출판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불법 PDF 거래’
  • 김선혜 수습기자
  • 등록 2024-06-04 1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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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결 위해선 저작권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재고가 우선
앞서 불법 PDF 거래의 문제점과 거래가 만연해진 이유를 알아봤다. 이에 본지는 불법 PDF 거래가 출판사 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주로 대학 교재 출판을 담당하는 센게이지러닝코리아(주) 송성헌 대표이사와 인터뷰를 진행해 자세히 들어봤다.


Q. 불법 PDF 거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불법 PDF 교재는 수많은 대학 교재 출판사 및 협력업체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과거에 비해 저작권보호에 대한 사회 인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지식재산권 침해가 범죄라는 의식이 옅은 게 사실이다. 음원이나 영상물 등 상업적 콘텐츠에 비해 교육 콘텐츠에 대해서는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남아 있어 기존에 마련된 저작권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조차 수사당국이나 사법기관이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하기 일쑤다.

 

Q. 불법 PDF 거래가 출판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어느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는지 설명 부탁한다

 

 불법 PDF 교재는 국내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 폐쇄된 온라인 공간에서 은밀하게 거래되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집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최근 교재 판매량 이 매년 5~10%씩 꾸준히 감소하는 것에 있어 불법 PDF 거래가 주원인이라는 건 업계 이견이 없다.

 

Q. 불법 PDF 거래와 관련된 저작권법에 대한 설명과 현행 저작권법이 출판 업계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르면 현재 불법 PDF 공유는 저작권법에 따라 처벌이 이뤄지고 있으며, 저작권법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1) 할 수 있음이 명시돼 있다. 지난 2020년에 개정된 저작권법 제30조에 따르면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 목적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본 출판사는 위 저작권법 제30조가 정한 경미한 복제 허용 조항에 큰 거부감은 없다. 그보다 영리적 목적의 불법 PDF 판매의 폐해가 훨씬 심각한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관련 법률의 개정보다도 현행 저작권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본다.

 

Q. 해외에선 PDF 거래 대신 중고 교재 거래가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이유가 무엇인지와 우리나라에서 중고 교재 거래보다 PDF 거래가 더 활발하게 일어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대학 교재의 가격이 한국보다 4~5배 비싼 미국에서는 교재 구입 비 용에 부담을 느낀 학생들 사이에서 중고 교재 거래가 활성화됐다. 최근에는 출판사가 저렴한 e-book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학생들의 교재 구입 비용을 줄이면서도 출판생태계를 보호하는 상생의 길을 찾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국제적 관점에서 볼 때 소득수준 대비 교재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째 불법 복사본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교재가격보다는 저작권에 대한 대중의 의 식과 평가가 낮은 게 문제의 원인이라고 보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다.

 

Q. 불법 PDF 거래를 확실하게 근절하기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가장 시급한 것은 출판 저작권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재고다. 여전히 많은 학생이 불법 복제물 거래가 범죄행위임을 모르거나 이런 저작권 침해 행동을 과소평가한다는 사실을 단속 과정에서 알고 놀라게 된다. 대다수의 PDF 거래가 이뤄지는 에브리타임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도 불법 PDF 판매자 적발 시 회원자격을 즉시 박탈하는 등 범죄예방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불법 PDF 거래와 관련해서 한 말씀 부탁한다

 

 일부 학생들이 불법 PDF 교재를 사고 팔며 손쉽게 용돈을 벌고 교재 구입 비용을 아끼는 사이 출판사 측은 교재를 판매하지 못해 막대한 재고만 떠안는 악순환이 매 학기 반복되고 있다. 실제 이러한 이유로 최 근 업계의 정상권 출판사가 폐업을 결정하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이와 같은 일부 학생들의 불법행위가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져 결국 모든 학생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에브리타임 내 불법 PDF 단속 관련 댓글을 확인한 결과 상당수의 학생은 불법 PDF 교재 판매가 저작권법 위반 등의 범죄임을 깨닫고 스스로 자정을 촉구하는 등 수준 높은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본사는 당분간 불법 PDF 근절 캠페인을 지속할 예정이며 불법행위에 단호히 대처할 방침이다.

 

김선혜 수습기자 | sunhye@kyonggi.ac.kr



1) 동시에 둘 이상의 형벌에 처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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