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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에게 주어진 매일의 삶에 새롭게 감사하며
  • 이정빈 수습기자
  • 등록 2023-05-17 02: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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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어쩌면 누군가 가장 바라던 하루를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지독한 하루’의 저자인 남궁인 작가는 응급의학과 의사로 이제껏 수많은 죽음의 경계와 새로운 삶을 무한히 마주했다. 작가는 누군가를 살리고 또 누군가를 살리는 데 실패하는 하루를 산다. 이 책은 해당 모습을 생생히 그려낸 ‘날 것의’ 응급실을 보여준다. 종사자가 아닌 이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응급실의 모습을 의사의 시선으로 담아내 작가만의 어투로 표현했다.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책에는 공단 지역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 있다. 폭발 당시 일곱 명의 근로자들이 있었고, 그들의 육체는 산채로 불타버렸다. 10% 미만의 생존 확률로 실려 온 세 명의 환자들은 가장 잔인한 모습을 한 채로 누워있었다. 결국 이들 중 두 명은 전문병원으로 옮겨졌고 한 명은 그곳에서 사망하게 된다. 생존한 두 명의 사내들은 평생 우울증에 빠지게 될 것이며 전신에서 진물을 흘리다가, 신부전 등의 질병이 찾아와 결국 사망하더라도 신문에 기사 한 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예견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사고였다. 이처럼 우리가 생사의 문턱에 서는 운명의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가 기적처럼 생을 다시 찾는다고 해도 그의 영혼은 필연적으로 불타서 익어버린 육체로 돌아가야했다. 우리는 그것을 다 알았다. 그러나 우린 고작 그에게 이런 일을 권하고 있던 것일까.” 『지독한 하루』 中


 이 책을 만났을 시기의 기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입시에 지친, 다른 날과 다르지 않은 그저 그런 하루를 보내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이 책을 만난 후 기자는 오늘도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주변인에게 과하지 않은 우려와 관심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다.


 기자는 본 책을 한 호흡에 읽는 것이 힘겨웠다. 죽음은 △먼 미래의 일 △낯선 일 △당장 내가 마주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기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 이 안일한 생각들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죽음은 생각보다 멀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언제든 △어떻게든 찾아온다는 것.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기자는 남궁인 작가의 작품들을 모으며 낯선 응급실의 모습을 되새김과 동시에 평범하지 않은 삶의 태도를 상기하려고 노력한다. 누구나 한 번쯤 삶에 싫증이 나고 지겨울 때가 온다. 그러나 어쩌면 당신의 삶이 누군가에게는 이 순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삶일 수도 있다. 그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고 허덕이는 사람들을 대신해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힘을 내야 한다. 본인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이유가 없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떠한가. 분명 평범하다고 느꼈던 삶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이정빈 수습기자 Ι 202310796@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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