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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삶의 목적? 그런 건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져 있었어
  • 정가은 기자
  • 등록 2023-05-08 20: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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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우연이 있다. 하지만 여기 필요에 의해 필연적으로 태어난 한 소녀가 있다. 희귀병에 걸린 언니를 치료하기 위해 유전 공학으로 탄생한 안나와 그 가족의 이야기, 바로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다. <마이 시스터즈 키퍼>는 조디 피코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2009년 개봉한 영화다.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결말 덕분에 소설 독자도 영화를 새롭게 즐길 수 있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도 관람 포인트다. 특히 극 중 사라 역을 맡은 카메론 디아즈의 열연이 돋보인다. 사라는 치료 중 머리카락을 모두 잃은 딸 케이트를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도 삭발할 만큼 강한 모성애를 지닌 인물로, 실제로 카메론 디아즈가 영화에서 직접 본인의 머리를 삭발해 큰 화제가 됐다.


 영화는 안나가 자신이 태어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시작된다. △아빠 브라이언 △엄마 사라 △첫째 제시 △둘째 케이트가 함께하는 행복한 가족에게 어느 날 케이트의 백혈병이라는 비극이 찾아온다. 치료를 위해서 골수 이식이 필요했지만, 가족 중 누구와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에 유전자 선별을 통해 케이트의 공여자로 적합한 맞춤형 아기, 안나를 낳게 된다. 안나는 신생아 때부터 △줄기세포 △골수 △백혈구 등 신체의 많은 부분을 기증했다. 심지어 케이트의 병세가 악화되며 신장마저 기능을 잃자 신장 기증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이를 원하지 않던 안나는 변호사 캠벨을 찾아가 부모를 고소하며 자기 신체에 대한 권리 되찾기 위한 소송을 진행한다. 

 

“너도 중요하다고, 축구도 하고 싶고, 치어리더도 하고 싶다고 말해 믿을거야. 

왠지알아? 

그게 사실이니까”

『마이 시스터즈 키퍼』 

 

 영화 후반, 가족들의 희생을 더 이상 원하지 않던 케이트가 안나의 소송을 도운 것이 밝혀진다. 사라는 자신의 모든 삶을 포기할 정도로 케이트의 치료에 전념했다. 하지만 정작 다른 가족들의 진정한 속마음을 알지 못한 채 안나에겐 많은 희생을 요구했고 또 다른 가족에게는 방관자가 됐다. 부모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제시, 아내와 잦은 의견 다툼을 벌이던 브라이언도 모두 가족을 사랑했기 때문에 각자 삶의 한 부분씩을 포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며 가족 개개인의 희생은 점차 당연시됐다.

 

 영화에서 이런 사라의 요구는 너무나 가혹해 보이지만, 어쩌면 우리도 사라처럼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강요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한다. 소송은 사라에게 안나도 보호받아야 할 가족이라는 점을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된다. 영화를 통해 그동안 가까운 사람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강요하고 있진 않았는지 돌아보는 건 어떨까. 어떤 희생이라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희생은 존재해선 안 된다.

 

정가은 기자 Ι 202210059@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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