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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단점을 껴안는 우정, 완전해지는 우리
  • 박준호 기자
  • 등록 2023-04-13 14: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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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애니메이션? 그런 건 TV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거 아니야? 영화 <메리와 맥스>는 이러한 의문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어떤 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우정 △사랑 △종교 와 같은 요소들을 클레이로 재치있게 그려냈다. 


 <메리와 맥스>는 호주에 사는 8살 소녀 ‘메리’와 미국에 사는 44세 ‘맥스’의 우정을 담고 있다.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메리는 자기혐오로 가득 차 있고, 못생긴 외모와 이마의 점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 받기 일쑤였다. 혼자임에 지쳤던 메리는 어느 날 전화번호부에서 발견한 주소로 편지 한 장을 보내게 되고 이 편지를 또 다른 주인공 맥스가 받게 된다. 이렇게 접점 하나 없는 두 주인공의 편지쓰기는 장장 22년간 이어진다. 이 영화의 위대한 점은 우리네 세상을 보다 직설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클레이라는 투박한 수단을 사용했다는 것에 있다. 사람들은 클레이를 단지 유아용, 저예산 재료로 생각하지만 클레이 세상에서 표 현할 수 없는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래픽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죽음 △폭력 △불안 같은 유해한 요소들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어 거부감을 일으키곤 한다. 엘리어트 감독은 그러한 요소들을 코미디로 승화시켰다. 이것이 바로 투박하기에 오히려 가감 없이, 거부감 없이 표현 할 수 있는 클레이의 힘이다. 그렇게 클레이로 빚어내고자 하는 교훈적 이야기는 밝게 빛을 발했다. 


 이 작품에는 불완전한 개인에게 우정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일화들이 등장하는데,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맥스를 위해 편지와 함께 자신의 눈물이 담긴 병 하나를 선물한 메리의 일화가 대표적이다. 메리와 마찬가지로 맥스 역시 메리를 향해 편지를 쓴다. 자신은 신을 믿지 않지만 너의 갈색 점은 천국에 가면 초콜릿을 담당하게 될 표시라는 거짓 섞인 위로의 말을 건네 준다. 이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암시한다. 맥스가 일찍이 단념해버린 감정인 ‘사랑’에 대한 메리의 질문에 깊은 고민에 빠지지만, 맥스는 초콜릿에 새겨진 한 문구인 ‘Love Yourself First’를 발견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단점들은 우리가 고른 게 아니야 

하지만 친구는 고를 수 있어, 널 고를 수 있어 난 기뻐” 

『메리와 맥스』 中 


 둘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서로의 단점을 껴안아 주는 친구가 됐다. ‘친구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주신 신께 감사드립니다’ 영화의 엔딩과 함께 나오는 이 문구는 우정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잊고 지내는 우리에게 귀중한 메시지를 남긴다. 우정과 함께하는 당신은 이미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박준호 기자 Ι parkjunho@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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