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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세상의 모든 조연들을 응원해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3-03-14 01: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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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보드 선정 2010년대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여성 음악가, 테일러 스위프트가 작년 10월 21일 정규 10집 ‘Midnights’ 앨범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중 리드 싱글로 발표한 신스팝 장르의 ‘Anti-Hero’는 발매와 동시에 글 로벌 스포티파이 1,753만 회의 재생률을 기록했고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이름을 올리는 일명 ‘핫샷 데뷔’에 도 성공하며 테일러의 유명세와 음악적 인지도를 함께 증명해냈다. 그러나 이처럼 부와 명예를 다 가진 슈퍼스타 테일러의 삶은 생각만큼 평탄치 않았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 될수록 무대에 대한 압박감은 심해져만 갔고 대중들의 평판과 비난에 눈물짓는 날도 많았다. 


 지난 2020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공개된 테일러 스위프트의 다큐멘터리 ‘미스 아메리카나'에서 그녀는 ‘Shake it off’라는 곡 활동을 통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혹독한 몸매 평가로 극심한 운동 및 식단 강박에 시달린 적이 있음을 밝혔고 그 속에서 느꼈던 △불안감 △고립감 △좌절감을 고스란히 담은 이번 앨범을 발매하게 됐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그녀는 작사 작곡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시나리오 작성까지 직접 하며 이 노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실제로 그녀는 ‘Anti-hero’가 발매되고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내면의 불안과 묵은 감정들을 제대로 직면해 작곡한 곡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여태까지 내 손을 거친 노래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다”라며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I’ll stare directly at the sun but never in the mirror 

(나는 태양을 똑바로 볼 순 있지만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는 건 힘들어) 

It must be exhausting always rooting for the anti-hero 

(이런 안티 히어로를 늘 응원하는 건 정말 힘든 일 일 거야) 

『Anti-Hero』 中 


 4분도 채 되지 않는 이 짧은 곡이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기자는 ‘Anti-Hero’가 다른 곡들과는 달리 거창한 사회적 메시지와 일깨움을 배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자존감, 자기애와 같은 단어들이 재조명되면서 우리는 무의식중에 나를 사랑해야만 한다는 마음에 괴로워했던 것 같다. 기자 역시 이 노래를 들으며 스스로를 아끼지 못하는 내 모습에 실망하고 자책하며 본인을 더욱더 깊은 동굴 속으로 밀어 넣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주연 배우만이 빛나는 화면 속에서 조연을 응원하기란 참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이 세상의 조연과도 같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당장은 부족한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하는 게 심적으로 힘들지라도 테일러의 잔잔한 위로와 함께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언젠가 훌쩍 성장한 본인을 만나게 되리라 기대해본다.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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