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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보조] 항일 운동의 발자취를 따라서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3-03-14 0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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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일 만세 운동의 주역들이 잠든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우리는 삶의 순간 순간에 우리나라가 걸어온 힘겨운 발걸음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에 본지는 다크 투어리즘을 즐기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 하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Pre-다크투어리즘: 체크리스트를 작성해보자


 기자는 지난 1일, 일제강점기 당시 수많은 핍박과 고난을 당한 순국선열의 영을 기리는 삼일절을 맞아 본교 서울캠퍼스 인근에 위치한 문 형무소로 일일 다크 투어를 떠나봤다.


 다크 투어리즘를 기획하기에 앞서 기자는 세 가지 항목의 체크 리스트를 제작했다. 그 첫째가 바로 ‘복장 및 마음가짐에 신경 썼는가’였다. 평 소 편한 캐주얼룩을 선호하는 기자이지만 삼일절만큼은 단정한 복장을 입어 순국선열들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로 기자는 검은색 슬랙스와 세미 정장을 매칭해 입고 현장을 방문하기로 계획했다. 또한, 기자는 사전조사 차원에서 한국사 최태성 강사님의 역사 강의와 영화 ‘항거’를 시청하며 삼일절의 아픈 역사에 최대한 스며들려고 노력했다. 더 나아가, 역사 현장을 보고 느낀 점을 생생히 기록하기 위 한 노트를 챙기고 삼일절 맞이 특별 행사에도 참여하기 위해 서대문 형무소 공식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얻는 등 준비를 철저히 했다.


In-다크투어리즘: 기자가 다크 투어를 즐기는 법


 대망의 삼일절 당일, 기자는 독립문역부터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까지 이어진 수많은 사람들의 만세 행렬에 감탄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만세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드는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명장면이 됐다. 뿐만 아니라 태권도 자원봉사자들은 항일운동 당시 복장을 입고 일장기가 그려진 나무 판자를 격파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한 켠에는 삼일절 맞이 특별 체 험 부스도 한창이었다. 태극기 만들기, 포토 부스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 중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부스는 단연 먹거리 부스였다. 그 곳에서는 순국선열들이 드셨던 시래기 주먹밥과 옥수수 떡을 그대로 재연해 판매하고 있었고 이를 사 먹으려는 사람들 로 북적였다. 삶과 죽음이 오가는 치열한 투쟁 속에서 소박한 음식으로 허기를 달랬을 열사와 의사들을 떠올리니 감사한 마음이 더해졌다.


 평소 서대문 형무소는 각각 △성인 3,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삼일절 당일에는 무료로 개방해 누구나 자유롭게 내부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서대문 형무소로 들어가니 영화 ‘항거’의 배경이 된 여옥사가 기자를 맞이했다. 스크린으로만 보던 곳이 눈 앞에 펼쳐지니 소름이 돋았고 더불어 사전 지식을 잘 쌓아놓은 덕에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체계적으로 관광을 기획한 것 이 신의 한 수처럼 느껴져 뿌듯했고 덕분에 갑절의 배움을 이룰 수 있었던 것 같다.


삼일절 특별행사

Post-다크투어리즘: 역사 속으로 사라진 우리를 기억해줘


 다크 투어가 끝나고 귀가한 기자는 오늘의 여행을 일기에 기록했다. 물론 역사적 지식 측면의 배움도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 속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싸움을 이어간 순국선열들의 모습에서 인생에 뼈가 되는 조언을 얻었으며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다크 투어를 계획해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날이 풀리고 잠깐 시간을 내어 어딘가로 훌쩍 떠나보기 딱 좋은 지금. 삶을 재정비하는 의미있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비온 뒤에 땅이 단단해지는 것처럼 아픈 역사와 마주한다면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강인하고 대담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사진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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