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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메인] 걸어서 배움 속으로, 다크 투어리즘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3-03-14 01: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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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움보다는 깨달음을 얻는 여행
‘여행’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이 부족함 없이 먹고 마시는 호화스러운 모습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다크 투어리즘은 우리가 흔히 알던 관광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여행 제한이 완화된 지금,본지는 이색 관광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제는 피부로 와닿는 관광이 대세


 다크 투어리즘이란 재해 피재 적지, 전쟁 철거지 등 인류의 죽음이나 슬픔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으로, 해외에서 블랙 투어리즘 혹은 그리프 투어리즘으로 불리고 국내에서는 역사 교훈 여행으로 명명된다. 이는 오락성을 가진 레저의 일환으로 취급되는 일반적인 관광과는 달리 배움의 수단으로 관광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크 투어리즘의 개념은 1996년 그라스고 카레드니 안 대학의 존 레넌과 말콤 훠리 교수가 죽음이나 재해와 관련된 관광 지나 전시를 분석하다 탄생했다. 최근에는 여행을 경험 소비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체험적 소비자 즉, 트라이슈머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주목받게 된 색다른 관광법이다.


다크 투어리즘의 명과 암


 다크 투어리즘은 역사의 자취 및 잔해를 실제 현장에서 관찰할 수 있어 관광객이 전쟁의 잔혹성과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에 대해 경각심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아픈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의 순기능도 함께 지니고 있다.


 그러나 다크 투어리즘은 결국 누군가에게 아픔일 수 있는 부분을 관광 상품으로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강하게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도 넘은 다크 투어리즘은 안전성 및 윤리적 문제를 동반한다. 체르노빌 원전을 테마로 한 다크 투어 상품은 실제로 관광을 진행하기 전 건강상 문제가 생겨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각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 밝혀지며 상업적 목적의 자극적인 관광 상품의 증가로 인해 다크 투어 본래의 교육 기능이 퇴색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유익한 다크 투어를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규칙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우선, 전문가들은 옷차림과 마음가짐에 신경 써야 한다고 권고한다. 다크 투어리즘 관광지의 특성상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따른 예의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희생자를 조롱하거나 유적지를 훼손하는 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며 명소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공부해 가는 방식도 추천한다. 더 나아가 각 장소에서 느낀 감정이나 감상을 개인적으로 기록해 보는 것 역시 매우 좋은 관람 태도다.


체르노빌 원전후쿠시마 원전

다크 투어리즘 명소는 어디?


 일본에 위치한 후쿠시마 원전은 손꼽히는 해외 다크 투어리즘 장소 중 하나다. 뉴질랜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다크 투어리스트’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투어 상품은 관광객들이 후쿠시마에서 나고 자란 음식물을 먹어 보고 원전 피해 실황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피해지를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히틀러의 지휘로 대규모 홀로코스트가 발생한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측은 다크 투어리스트들을 위해 일일 학습 투어 상품을 출시했다. 일일 학습 투어는 장장 6시간 동안 △엄선된 전시 △중앙 사우나 △가스실 및 화장터를 관람하며 일반 관광 프로그램보다 가까이 참상을 마주하게끔 짜여 가감 없이 아픈 역사를 직면하고 싶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끝으로, 대표 국내 다크 투어 장소 중 하나로는 제주도가 있다. 이승만 정권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학살된 제주 4.3 사건의 발생으로 제주도민의 12.5%가량이 사망하거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가 됐고 제주도에서는 이를 기리고자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70여 곳의 유적지를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제주 세계유산센터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제주 4.3 사건 유적지만을 탐방하는 상품을 개발했다. 첫째, 셋째 수요일에는 전쟁 유적을 둘러보 는 서부 코스를 둘째, 넷째 수요일에는 아픈 역사를 통찰해보는 동부 코스로 구분해 제주 4.3 사건을 알리는 데에 적극 동참하는 중이다.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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