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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올진] 소아과 의료진 공백 사태 해결 위한 소아의료체계 대책, 과연 효과적인가
  • 정서희 기자
  • 등록 2023-03-14 01: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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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 단 15.9%, 지속적인 대책 보완으로 의료체계 회복해야
작년 12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 홈페이지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이 잠정적으로 중단됩니다’라는 문구가 공지됐다. 이처럼 병원에서 더러 발생하는 소아과 진료 중단으로 소아 환자 진료에 대한 대규모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심각성을 인지한 윤석열 대통령은 보건복지부와 협업해 지난달 22일 소아를 대상으로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소아 진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본지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와 연락해 소아과 의료진 부족의 원인과 정부의 대책이 현 소아과 의료체계를 개선할 여지가 충분한지에 대한 자료를 받아 파헤쳐봤다.



초저출산 시대부터 낮은 보상 문제까지, 소아과 의료 공백 사태 악화 

 대한청소년과학회는 의료진 공백 사태가 반복되자 지속적인 소아 환자 진료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 2021년 6월 지방의료원 7곳은 필수진료과목인 소아과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학병원 50곳 중 소아과 전공의 확보율은 지난 2020년 68.2%에서 작년 27.5%로 감소했으며 올해는 총 159명을 모집했지만 32명이 지원해 20.1%를 기록했다. 이처럼 감소하고 있는 소아과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전공의 확보율은 해당 사태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청소년과학회는 소아과 의료체계 붕괴의 원인이 장기적인 초저출산의 흐름과 노동집약적인 소아 진료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낮은 보상이라고 판단했다. 합계출산율1)이 1.3명 이하로 떨어지면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된다. 작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는데, 이런 사회흐름은 전공의가 소아과 지원을 기피하도록 만들었다. 실제 올해 전국 전공의 모집정원 207명 중 33명만 소아과에 지원해, 전공의 지원율이 15.9%까지 떨어졌다. 또한 학회는 소아과 진료는 성인 진료에 비해 강도가 높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보상지원정책을 문제 삼았다. 어린이는 기대여명이 길어 의료 사고 발생 시 막대한 손해배상금 부담과 의료 소송 중 의료진에 대한 책임 전가로 인해 소아과 기피 현상이 악화하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 중환자 진료는 불규칙한 생활의 연속이기에 전공의 지원이 더욱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은 소아과 의료진 구인난이라는 결과를 만들었고, 이는 소아의료체계 붕괴로 직결됐다. 


소아과 관련 학회, 소아의료체계 붕괴 막아달라 호소 

 이에 작년 12월 16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 위기 극복을 위한 합동 기자회견’을 개최해 소아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소아 환자의 안전과 소아의료체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올해 소아과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병원2)은 32%에 달해 올해는 필요 전공의 인력의 39%만 남아 근무하게 될 것으로 학회는 예상했다. 지금까지는 부족한 전공의를 교수와 전문의 당직에 의존하며 병원을 유지했지만, 한계상황에 도달해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까지 수련병원의 응급 진료 및 입원 진료 축소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학회는 소아과 진료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지원 대책으로 전공의 유입 유도 방안 마련과 수가3) 정책의 변화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학회는 의료인력을 유도하기 위해 진료에 어려움이 많은 소아과 진료 특성에 맞는 보상 수준 강화를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소아과 입원 진 료에 대한 낮은 수가를 강화해 전공의 인력 유입으로 안정된 진료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중증도에 따른 적절 인원 배치 및 행위료 가산율을 인 상해 부족한 의료 인력자원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수의료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


소아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 개선대책 마련한 정부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과 복지부는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내놓으면서 소아과 의료 공백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전공의 소아과 기피 사태에 대해 정부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소아의료체계를 정상화하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윤 대통령은 △초저출생 심화로 인한 소아 의료수요 감소 △의사 인력·의료기관 등 의료자원 감소세 심화 △중증 환자 상경 치료 △야간·휴일 응급 등 의료 이용 곤란의 문제를 인지한 후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정부는 크게 △소아 진료 사각지대 해소 △중증소아 의료체계 확충 △의료인력 확보를 추진 과제로 지정했다. 24시간 소아 전문 상담 지원체계 구축으로 소아진료 공백 완화와 중증소아환자 의료체계를 안정화하기 위한 권역응급의료센터 확충을 공약했다. 그리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적정 의료인력 양성 지원을 통해 의료인력을 확보하겠다고 전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소아의료체계의 강화는 대한민국을 짊어질 아이들, 곧 우리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며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세심하게 추진해 나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기반을 강화하는 추가 대책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대한청소년과학회, 해당 개선대책에 대한 제언

 대한청소년과학회가 본지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한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은 시기적절한 발표이며, 소아과의료체계의 빠른 개선과 회복에 큰 희망이 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정부와 의료진이 함께 ‘소아과 의료 공백’ 문제 해결의 갈피를 잡고 나아가는 만큼 복지부의 뚜렷한 정책 실천 의지와 신속함이 중요할 것으로 파악했다. 더 나아가 안정적인 소아과 의료체계를 위해 해당 대책의 개선 방안과 대안을 추가로 제시하기도 했다. 먼저 소아 진료의 종합적인 어려움을 파악해 합당한 수가 마련을 요구했다. 현재 불충 수가의 정상화는 적정 인력의 업무환경과 의료 질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소아과 의료진의 적정 수가 인상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번 개선 대책에 입원전담 전문의, 소아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수가 개선 등이 제시됐지만, 소아응급전담전문의 수가 지원 방안에 대한 추가 대책 마련의 필요를 외쳤다.


 또한 중증 및 응급 소아과 의료체계 회복을 위해 권역응급의료센터 확충과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적자 보상을 계획 중이지만, 전국 대부분의 소아과 진료 현장의 어려움은 지역 기반의 종합병원에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전공의 유입이 가능해질 때까지 주거지 중심 내 병원의 전담 전문의 투입을 신속히 지원해 지역진료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24시간 상담센터 운영과 관련된 문제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비대면 진료 시의 예측하지 못한 사고 발생의 위험성과 대면 진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추가적인 상담 의료 인력확보 등의 해결이 중요함을 언급했다. 


의료체계 정상화 기대되지만, 지속적인 보완을 걸쳐야

 학회는 올해가 소아과 의료체계 회생의 적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어 현장 변화를 위해서도 신속한 정책 시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정부의 적극적인 발표로 소아과 의료체계의 안정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수가 지원 재정의 규모·조달 방법 △전공의 인력 유입 △지방으로의 인력분배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명시돼 있지 않아 아쉬움을 내비쳤다. 특히 올해 17개 시도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 인원 53명 중 48명이 수도권 지역병원으로 몰렸다. 이미 비수도권의 소아과 전공의가 거의 없는 상황인데, 지원율조차 낮은 편이다. 따라서 학회는 지방 근무를 유도하는 다양한 근무환경 개선 정책 개발이 우선으로 이뤄져,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학회는 소아의료체계의 신속한 회복과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해당 대책의 보완점을 설명했다. 더불어 복지부와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관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정책 실현의 관계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소아과 의료 공백은 저출산이라는 사회의 흐름에 의한 것도 있지만, 소아 환자 진료 특성상 위험 부담에 비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보상의 영향도 있다. 이로 인한 의료 공백은 기존 의료진과 자녀가 소아인 부모님의 부담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정부는 문제를 인지하고 소아의료체계 개선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장 소아과 의료진과의 꾸준한 소통으로 체계적인 의료체계 기반 조성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정서희 기자 Ι seohee0960@kyonggi.ac.kr


1)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2)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으로부터 지정받아 전공의를 수련시키는 의료기관

3) 보수로 주는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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