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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가 경험했던 사랑이라면?
  • 박선우 기자
  • 등록 2023-03-14 01: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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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셰익스피어 인 러브>, 연극에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곱하다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지난 2014년 런던의 웨스트 엔드에서 개봉한 작품으로, 동명의 영화 원작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쓰기 전, 그의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인 사랑을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지난 1월 28일, 마침내 본 작품이 국내 개막을 알렸다. 과연 이 연극은 사랑의 본질을 보여줬을까. 본지는 직접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관람하고 관객들의 감상을 들어봤다.

연극인데 이 가격?



 지난 1일, 기자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보기 위해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국내에서는 초연인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가난한 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 역에 △정문성 △이상이 △김성철과 부호의 딸로, 셰익스피어와 사랑에 빠지는 비올라 역에 △정소민 △채수빈 △김유정의 호화로운 캐스팅 소식으로 개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기자가 관람한 공연은 정문성과 정소민이 연기했다.


 국내 초연 기준 최고가 좌석인 1층·OP 석이 11만 원으로, 역대 연극 중 최고가를 갱신했다. 가장 저렴한 3층 석조차 5만 5,000원으로 타 연극의 VIP석 가격과 맞먹는 가격을 자랑한다. 기자는 1층의 가까운 자리에서 관람하게 됐지만, 오히려 너무 높은 가격 때문에 공연이 크게 기대되지 않았다. 유명 배우들을 잔뜩 캐스팅해 비싼 값에 표를 팔았지만 정작 공연 자체는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 공연은 기자의 예상을 보기 좋게 피해갔다.

 

뮤지컬과 연극의 사이, 성공적으로 관객을 설득하다


 토월극장에서 공연한 바로 이전 작품 <브로드웨이 42번가> 역시 관람했던 기자이기에, 극장이 얼마나 넓은지 익히 알고 있어 연극이 어떻게 꾸며질지 궁금했다. 연극과 뮤지컬은 모두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예술 형태지만, 뮤지컬은 △음악 △춤 △무대 세트 △조명 등의 연출을 통해 이야기를 시각화하는데 큰 비중을 둔다는 부분에 있어 배우들의 연기가 중심이 되는 연극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 공연은 예술의 전당 특유의 깊고 넓은 무대를 제대로 활용해, 뮤지컬과 맞먹는 스케일의 무대 연출에 투자했음이 바로 눈에 띄었다. △단색의 목재로 완성한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세트 △장면 전환 때마다 끊임없이 오르골처럼 돌아가는 대형 턴테이블 △무대 바닥 아래 숨어있다가 리프트를 사용해 올라오는 거대한 술집 세트 △동화 같은 분위기의 깊이를 더해주는 조명 등 뮤지컬 못지않게 볼거리가 많은 무대와 음악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보고 있으면 막이 내린다. 무대를 보고 나면 비싼 티켓값도 납득이 된다. 단순 호화로운 캐스팅뿐만 아니라 출연하는 배우만 22명인 대규모 작품인 데다, 제작비는 뮤지컬과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어떻게 이 연극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기자는 극장을 나오는 몇몇 관람객들에게 연극의 감상 및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한 관람객은 “커튼콜 때는 기립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다채로운 무대 연출이 단연 인상적이었지만, 그 내용도 가볍지 않았다. 특히 극 중 여왕의 ‘연극이 사랑의 본질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이 기억에 남는다”고 이야기한 관람객도 있었다. 기자 역시 이 질문이 가장 흥미로웠다. ‘연극이 사랑의 본질을 보여줄 수 있는가?’라고 묻고 있는 이 연극이 사랑의 본질을 열심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극에 관한 연극’이 가져온 효과는 분명했다. ‘비올라는 어째서 연극을 동경하고 무대를 갈망했는가?’를 굳이 풀어서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이 느끼는 연극의 가치가 비올라가 남장까지 감수하는 행동의 당위성을 꽉꽉 메운다. 때문에, 이 작품은 어떤 관객에게나 통할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기자에게는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였다.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 무대를 보고 일어나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게 어떤 종류건, 무대에 올랐거나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발버둥 쳐 본 사람이라면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은 공연이었다.

 

글·사진 박선우 기자 Ι 202110242ps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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