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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後] 노견은 영원히 산다
  • 박준호 수습기자
  • 등록 2023-03-06 09: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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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에겐 10살 된 한 강아지가 있다. 행색이나 덩치로 미뤄봤을 땐 ‘개’가 분명하지만, 기자에겐 아직 천진난만하고 손이 많이 가는 아이처럼 느껴진다. 이 아이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초등학생 때부터 가족의 구성원이었다. 그 시작에 대해서 어머니의 말을 빌리자면, 이 아이는 우리와 처음 마주칠 때 우리의 눈 을 쳐다보며 사뭇 용맹한 표정으로 걸어왔다고 한다. 기자의 반려견은 첫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마치 백안관 속 용맹한 경비견처럼 가족을 지켜왔는데, 그 표정이 무엇이었을지 그려진다. 어린 시절 반려견과 함께 하는 동네 산책은 어드벤처를 방불케 하는 박진감을 자랑했다. △사람이건 △강아지건 △길고양이건 주인 옆엔 오 직 자신만이 있을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위풍당당하게 짖어대며 동네를 활보하는 모습은 우리 강아지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덕분에 기자는 지치고 낯짝이 좀 두꺼워졌지만, 보호받는 느낌이 싫지 만은 않았다. 지금껏 기자의 가족과 강아지는 이런 식으로 살아왔다 할 수 있겠다. 서로를 사랑하고 보호하며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특유의 투철함을 가진 강아지도 나이를 먹었고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은 강아지를 철들게 만들었다. 예전이었다면 깨있을 시간에 곤히 잠들어 있는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노견의 문턱에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개는 나이가 들면 외형적으로 늙어가지만,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개는 나이가 들수록 무르익는다. 주인을 향한 애정과 충성심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정교해지고, 어리광은 줄어들며 그들은 점차 순수한 사랑만을 베푼다. 개는 감정을 속이거나 숨기는 법이 없고, 그런 개와 교감하는 반려인은 어느새 가식적인 허울을 벗어던진 온전한 자기 자신을 마주보게 된다. 또한 집에 들어서면 온전하게 기자를 반겨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하 루를 살아내게 하는 힘이 된다. 노견과 함께 산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이라 느낀다. 기자가 느끼는 세월의 흐름에 제곱해 흘러가는 반려견의 시간은, 반려견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단걸 일깨워준다. 인간의 시간을 먼저 살아가는 노견을 어찌 미워할 수 있겠는가. 『노견 만세』라는 책에선 “노견은 영원히 산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모순적인 문장이지만, 반려견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그들이 어느 정도까지 인생의 일부가 되는지 알기에 이 구절에 공감할 수 있다. 사랑만을 베풀며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그들. 노견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간다. 


글·사진 박준호 수습기자 Ι parkjunho@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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