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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슈] 카카오 서비스 장애 127시간 30분, 데이터센터 구축과 이원화 필요
  • 서지수 기자
  • 등록 2022-11-14 10: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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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6개 계열사 운영하며 성장에만 집중하고 데이터 관리 소홀했다
지난달 15일,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네이버 △SK의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가 있는 네이버는 사고 4시간 만에 서비스가 정상화됐으나 아직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는 카카오는 서비스 장애 기간을 127시간 30분으로 공식화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19일부터 어제까지 서비스 장애 피해사례를 접수받았고, 이에 따른 피해보상액은 약 400억 원 규모로 파악됐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네이버·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데이터 이중화 법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본지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에 대해 알아봤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 먹통되다


 카카오톡 모바일과 PC에서 △메시지 △사진 △파일을 주고받고, 카카오맵으로 버스 가 도착하는 시간을 확인하고, 카카오페이로 점심에 먹은 식사 값을 송금하는 등 카카 오는 이미 우리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오후 3시 30분경, SK C&C 판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A동 지하 3층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이 모 든 일상이 잠시 멈춰버렸다. 


 현장의 CCTV에 따르면 전기실의 배터리에서 스파크가 일어난 뒤 화재가 발생해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의 차단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으로 △다음 △멜론 △티스토리를 비롯한 카카오 서비스 및 네이버와 SK의 일부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네이버 서비스 정상화에 비해 오래 걸렸던 카카오 복구 작업


 네이버는 사고 당일 4시간 만에 문제가 있던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정상화됐다. 반면, 카카오는 사고 발생 6일째인 지난달 20일 오후 11시부로 모든 서비스가 복구 완료됐다. 네이버는 SK C&C 판교 IDC에 네이버 쇼핑 등 일부 서비스만 필요한 서버를 사용하고, 자사 데이터센터인 춘천 IDC ‘각’에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었기에 이러한 대처가 가능했다. 아직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는 카카오는 SK C&C 판교 IDC에 의존하 고 있어 복구 작업이 늦어졌다. 


 당초 카카오는 전원 공급이 재개되는 시점부터 2시간 안에 모두 복구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화재 진압 과정에서 전원 공급의 차단으로 조치가 지연되고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화재 8시간 만인 오후 11시경 화재 진압은 완료됐으나 카카오는 안전상의 우려가 있어 데이터센터에 즉시 전원을 공급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다른 데이터센터를 이용해 서비스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복구 작업이 늦어지자 카카오 대표이사 남궁 훈과 홍은택의 사과문이 게시됐다. 


10년 전의 서비스 장애 때도 지금도 메인 데이터센터는 한 곳뿐


 카카오는 사고 다음 날 오전 8시부터 순차적으로 △카카오톡 △다음 △카카오맵 △카카오페이 △카카오 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일부 기능의 복구 진행 상황을 알렸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화재 현장을 찾으며 SK C&C 판교 IDC에 3만 2,000대의 서버를 두면서 메인 센터로 삼았기에 서버 손실량이 커 서비스가 완전히 복구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한편, 카카오는 지난 2012년 4월 28일 LG CNS 가산 IDC에서 발생한 전력 공급 문제로 4시간 동안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이용에 장애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에도 카카오톡은 4,800만 명이 사용하던 앱이었지만, 데이터센터가 한 곳뿐이라고 비판받았던 부분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구축되지 못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카카오톡의 초심으로 돌아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카카오는 2010년 무료로 카카오톡의 서비스를 시작하며 현재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점유율 95.8%를 차지했다. 사실상 메신저 시장을 독점했고, 명실상부 전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가 됐다. 


 이후 카카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스토리 △카카오게임 △카카오페이지 등을 출시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합병과정에서 다음의 서비스들을 카카오의 이름으로 갈아치우고 카카오페이, 카카오택시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문어발식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지난달 19일 카카오 대표이사 남궁훈과 홍은택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카카오톡을 처음 만들었을 때의 신념과 이제는 국민 대다수가 쓰기에 공공성을 띠는 서비스로 초심으로 돌아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전했다. 비상대책위원회와 재발방지소위를 맡은 남궁훈은 대표이사직을 내려 놓고, 이번 사태에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정부,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데이터 이중화 법안 검토 중


 정부는 지난달 19일 국회 ‘카카오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판교 IDC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의 재발 방지책으로 카카오·네이버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데이터 이중화 조치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안 통과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현장 점검과 행정권고 에 나서기로 했다. 


 주호영 국민의 힘 원내대표는 제20대 국회에서 백업데이터를 의무적으로 저장하도록 하는 법안이 법사위까지 갔지만 이중규제란 반발에 부딪혀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대로 된 안전장치를 만들겠다고 했다. 성일종 국민의 힘 정책위의장은 현재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해서는 이중화 의무가 돼 있지만,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서는 이중화 의무가 안 돼 있기에 관련 법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카카오, 피해 사례 접수 및 서비스 장애 보상안 논의


 지난달 24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최태원 SK 회장이 참석해 판교 IDC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 보상안에 대한 논의 의사를 밝혔다. 이에 카카오는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진행됐던 피해 보상 접수의 기간을 5일 연장해 어제까지 유·무료 이용자들의 서비스 장애 피해사례를 접수받았다. 


 음원 플랫폼 멜론의 운영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용권을 보유한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이용일자를 3일 연장하는 내용의 보상안을 발표했다. 카카오웹툰도 대여 중인 웹툰 만료 회차의 열람 기한을 3일 연장하기로 했다. 서비스 장애의 추가 보상안으로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각각 3,000캐시씩 총 6,000캐시를 지급했다.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 모빌리티는 프로멤버십을 이용하는 기사들에게 6일치의 멤버십 이용료를 포인트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택시기사의 프로멤버십 이용료는 월 3만 9,000원으로 7,750원을, 대리기사의 프로멤버십 이용료는 월 2만 2,000원으로 4,260원을 포인트로 보상받게 됐다. 


 카카오T앱이 약 90시간 중단돼 많은 기사가 영업손실을 겪었는데 최저임금도 안 되는 수준의 포인트 지급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지난달 27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과 ‘대리운전 환경 및 안전 증진’을 위한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을 최종 타결하고 서비스 장애에 따른 지원 방법을 논의했다. 


전국민이 사용하는 만큼 데이터센터 구축 및 이원화 필요한 시점


 네이버는 54개 계열사를 운영하며 최근 3년간 1조 8,609억 원의 규모를 투자했다. 이로써 지난 2013년 자체 데이터센터인 춘천 각을 비롯해 6개 센터에 이원화를 했고, 다음 달 완공 예정인 세종 각을 운영할 수 있었다. 


 카카오는 136개 계열사를 운영하며 3년간 7,285억 원을 투자해 SK C&C 판교 IDC과 안양 등 4개 센터에 이원화를 했다. 내년에 한양대 안산 캠퍼스에 제1데이터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며, 2024년 서울대 시흥 캠퍼스에 제2데이터센터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는 네이버에 비해 많은 계열사를 운영하며 IDC 구축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네이버와 카카오뿐만 아니라 다른 부가통신사업자의 데이터 관리도 중요하다. 많은 국민이 카카오의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서비스 장애 시간이 길어지자 혼란이 발생했고, 피해사례 또한 쏟아졌다. 이번 판교 IDC 화재를 계기로 데이터 관리에 대한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서지수 기자 Ι seojisu012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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