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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스낵 패키지
  • 편집국
  • 등록 2022-10-22 13: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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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화(시각정보디자인학과) 교수


 지하철 좌석 좁지 않나요? 최근 보건복지부의 자료가 이에 대한 답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 성인 남성 비만율은 48%, 여성 비만율은 27.7%이다. 즉 지하철을 함께 타는 만 19세 이상 남성 2명 중에 1명, 여성 4명 중에 1명이 비만일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일 때 비만으로 규정하는데, 비만율은 2008년 30.7%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다. 비만은 그 자체로도 질환이며 각종 성인병을 촉진시킬 수 있어 조기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된다. 이런 이유로 방송과 신문에서는 식품영양·의료 전문가들이 비만 예방을 위한 다이어트와 신체활동에 대한 방법들을 연일 소개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몸무게가 증가하는 이유는 유전, 식습관, 스트레스 등 매우 다양하지만 고열량 스낵 과다 섭취가 주된 이유라는 주장이 많다. 스낵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외에 먹는 모든 음식을 의미하고, 이것은 건강한 식단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한국인이 선호하는 스낵은 주로 과자, 빵, 음료수와 같은 고열량 식품이 많으며, 이러한 제품 패키지 크기는 점점 대형화되

는 추세이다. 최근 슈퍼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과자, 시리얼의 패키지를 유심히 보면 크기가 커졌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길거리를 가다 보면 흔히 보이는 가성비를 자랑하는 커피 프랜차이즈 제품들도 대부분 컵 사이즈가 매우 크다. 같은 가격에 더 많은 과자와 음료를 구입할 수 있으니 소비자에겐 이득이겠지만 패키지의 대형화 추세 이대로 괜찮을까?

   

 유럽을 중심으로 디자인이 음식과 스낵 섭취 행동을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된다. 이 디자인 시도들은 사회심리학과 행동이론을 이용하여, 소비자의 인지적·행동적 특징 분석을 바탕으로 행동 변화를 위한 디자인 개입을 시도한다. 예를 들면, 트벤테 대학 Geke Dina Simone Ludden 박사와 델프트 공과대학 Paul Hekkert 박사는 프로차스카(Prochaska)와 디클레멘트(Di Clemente)의 범이론적 모델(Transtheoretical Model)을 이용하여 식습관을 건강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6단계(숙고 전 단계, 숙고 단계, 준비단계, 행동 단계, 유지 단계, 종료 단계)가 있으며, 각 단계별 디자인 전략을 제안했다. 이 전략들은 웹기반 게임, 컬러국자, 1인분 포장 등에 대한 디자인 개입들을 포함한다.

   

 그렇다면 디자인으로 스낵 섭취량도 줄일 수 있을까? 해외 전문가와 학자들은 사람들은 많은 양의 음식이 제공되면 더 많이 먹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스낵 소포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필자는 작년부터 ‘아동의 스낵 섭취 행동 변화를 위한 디자인 개입’이란 주제로 3년간 교육부와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디자인 전문가들과 아동 부모님들을 모집하여 디자인 워크샵을 열어 아동이 비스켓, 감자칩, 초콜렛, 젤리, 과일쥬스, 초코볼을 더 적게 먹게 하기 위한 패키지를 개발했다. 개발된 패키지로 아동 스낵 섭취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평가 또한 매우 긍정적이었다. 해외 사례의 경우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받아 건강한 스낵 섭취를 위한 다양한 디자인 연구와 디자인 워크샵을 결합한 캠페인이 실시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거의 시도되고 있지 않다. 또한 최근 빅 사이즈 스낵 증가 추세는 소비자가 어느 정도의 양을 섭취해야 되는지 혼돈과 과다섭취를 초래할 수있다. 따라서 건강한 스낵 섭취를 위한 효과적인 디자인 솔루션과 이와 관련된 교육 전파를 위해 국가 차원의 지원과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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