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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에 최적의 완충장치(shock absorber)를
  • 편집국
  • 등록 2022-09-26 00:48:02
  • 수정 2022-09-29 1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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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선(교양학부) 교수


 ‘완충장치’는 여러 원리를 이용하여 급격한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들로 자동차, 항공기, 기차 따위에 사용됩니다. 고대의 탈것인 마차에서 승차감을 개선시키기 위한 원리를 현대의 탈것에 도입한 것이 완충장치의 유래입니다. 완충장치는 우리가 항상 이용하는 탈것에서 우리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장치이지만, 우리는 그 장치의 존재에 대해서는 크게 인식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자동차보다 훨씬 복잡하고 세밀한 우리 신체에서 이런 장치를 찾자면 우리 몸 전체를 감싸고 있는 피부, 뼈와 뼈 사이의 연골조직, 피하 지방, 그리고 그 아래의 모든 장기, 근육과 혈관들을 보호해 주는 사이질 또는 간질이라고 불리는 액체 물질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신체에 이상이 있지 않는 한 일상생활에서 이런 물질들의 존재나 중요성을 깨닫기는 어렵습니다.


 몇 해 전에 저는 ‘족저근막염’을 앓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걸을 때 노면의 충격을 흡수해주는 ‘족저근막’이라는 띠 모양의 두껍고 강한 섬유조직이 발바닥 전체를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근막이 손상되어 느끼게 된 가장 큰 불편은 아침에 일어나 방바닥에 발을 디딜 때나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섰을 때, 순간적으로 주저앉을 만큼 느끼는 통증이었습니다. 


 살면서 여러 이유로 족저근막이 손상되고 발바닥의 지방층이 얇아져, 발바닥에 있는 지방이 노면의 충격을 흡수할 만큼 한 곳에 모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필요치 않은 곳에는 지방이 쌓이고, 있어야할 곳의 지방은 얇아진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이 질환을 얻게 된 것은 오래 서있는 일이 잦은 제 직업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족저근막이 회복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단단한 노면의 충격으로부터 우리 발을 보호해주는 족저근막과 같은 신체의 완충장치는 ‘우리의 마음에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 같습니다. 우리 주변에 마음의 상처가 없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니까요. “지금의 세상은 온통 환자 투성이”라고 탄식한 한 시인의 오래된 시 구절이 그 시대와는 또 다른 의미로 이 시대의 탄식이 된다는 오늘의 현실이 아프기만 합니다. 어떤 이들은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도 “시간이 약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저절로 치유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상처로 인해 고귀한 삶을 포기하는 이들도 많으니까요. 잠언에 “사람의 심령이 병을 능히 이기게 할텐데 그의 심령이 상하면 어찌 일으킬까”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 만큼, 마음을 다친 이는 회복이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아무 이유 없이 당신을 비난하고, 노골적으로 따돌리고 미워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실 건가요? 당신이 소위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당신은 이런 종류의 비난이나 공격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여유’가 우리들의 ‘마음을 지켜주는 완충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이 완충장치가 세상의 공격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한다면, 당신은 쉬이 상처를 입지도 않을 것이고, 비록 상처를 입더라도 속히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그 상처들을 인식하고 그 상처에 몰입하게 된다면, 당신이 존재 자체도 알지 못했던 당신 마음의 완충장치가 탄성을 잃어 가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우리가 인간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들에게 받는 상처를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공격으로부터 우리 마음이 상처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최적의 완충장치’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그 완충장치를 유지하는 방법은 각기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생각과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기도를 하거나 명상을 하고,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고, 마음 맞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사랑하는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 등이 그 방법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모든 방법에 앞서 당신에게 당신의 존재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은 당신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로서 ‘사랑받는 존재’라는 확신이 당신 안에 가득하다면 세상의 어떤 공격에도 쉬이 상처입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신이 누군가의 의미 없는 말이나 행동에 상처입고 아파하고 있다면, 먼저 당신 마음의 완충장치를 점검하고 최적의 완충장치를 장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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