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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이 있는 대학생활
  • 편집국
  • 등록 2022-03-11 15:31:31
  • 수정 2022-05-30 08: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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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극훈(교양학부 교수)

   

 한국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가의 길로 나가려는 젊은이들에게 두 가지 조언을 했다고 한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 하루하루 꾸준하게”, “영혼을 담는 확고한 육체의 틀 마련”. 이는 자신의 글쓰기의 성공 비결인데 누구나 다 아는 내용으로 사실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는 구체적으로 자신의 루틴을 아침 글쓰기와 오후 달리기로 삼았다. “글쓰기 모드로 접어들면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 5-6시간 집필을 하고, 오후에는 10km를 달리거나 1.5km를 수영한다.” 이 두 가지 루틴이 어떻게 하루키를 소설가로서 명성을 얻게 했을까? 일반인들과 달리 그는 이 두 가지를 끊임없는 반복으로 자신의 루틴으로 만들었다는 점일 것이다. 반복되는 루틴은 정신까지 변화시켜 몰입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 “이런 일정을 조금도 변화를 주지 않고 수행하다 보면 일종의 최면에 걸리면서 정신의 심연에 다다를 수 있다.”  


  글쓰기와 운동을 루틴으로 삼아 꾸준하게 반복했던 것이 그의 성공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 루틴을 마치 수행자처럼 실천함으로써 그는 정신의 심연에 이르게 되고 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다. 누구나 하루키처럼 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작가의 길을 가기 위하여 사용했던 반복적인 습관은 대학생활에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대면수업과 비대면 수업이 반복되고 생활의 리듬이 깨지기 쉬운데, 반복적인 작은 습관은 생활의 규칙성을 만들어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다. 


 요즘 유튜브에서는 루틴을 키워드로 삼은 자기개발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루틴 만들기로 유튜브 검색을 해보면, ‘하루가 달라지는 모닝 루틴법’, ‘의지력박약도 할 수 있는 데일리 루틴법’, ‘내가 달리기를 하는 이유’, 등이 보인다. 또한 서점에서도 루틴 관련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기상 후 한 시간>, <시간을 찾아드립니다>, <브레이킹 루틴> 등이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대면 관계가 줄어들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혼자 할 수 있는 데일리 루틴 컨셉이 유행이다. 


 물론 루틴이 자기개발을 위한 성공 마켓팅으로 얕은 상술에 지나지 않다고 하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루틴 관련 책을 살펴보면 기존의 자기개발서와 다름 없고 내용도 얄팍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한 반복적인 활동을 꾸준하게 하다 보면 어느새 그 활동에 몰입하게 되고 성과를 내게 된다. 반복이 깊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하루키도 루틴을 꾸준하게 반복하면 정신의 심연에 다다른다고 생각했다.


 루틴을 만들 때는 가급적 창조를 위한 루틴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반복과 규칙성으로 인해 쉽게 지치게 되지만, 창조적인 루틴은 자신을 반성하고 세상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산책과 글쓰기를 대학생활의 루틴으로 만들 것을 제안하고 싶다. 산책은 마음의 여유를 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하며 글쓰기는 생각과 표현력을 길러준다. 


 창의적인 일에 종사하거나 정신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대부분 산책을 데일리 루틴으로 삼았다. 퇴계 이황이 성학십도 등 성리학을 집대성할 수 있었던 것은 집에서 지척인 청량산 산책이었고, 철학자 칸트가 비판철학의 사유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오후만 되면 어김없이 반복했던 산책 덕분이었으며, 추사 김정희가 추사체를 창안할 수 있었던 것도 제주도 유배지에서 가시울타리 안에서 찾은 마당 산책의 영향이 컸다.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빨간 우체통을 만들었던 사람으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트롤로프는 원래 우체국 직원이었다. 그는 우체국 직원으로 일을 하면서도 매일 아침 5시 30분부터 8시까지 하루 2시간 30분 동안 1,000단어씩 글을 썼다고 한다. 거의 기계처럼 단순 반복적인 아침 글쓰기 루틴이 그를 우체국 직원에서 영국의 유명 소설가로 만들었다. 20여권의 소설을 남길 수 있었고 은퇴 후의 사회적 명성과 행복한 노년도 바로 글쓰기 루틴 덕분이었다. 


 산책과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대학 생활의 창조적인 데일리 루틴이다. 걷기에 편한 장소를 정해보자. 그리고 그 곳을 시간을 정해놓고 매일 걸어보자. 가는 장소는 반복된 루틴으로 새로울 것이 없겠지만 우리의 생각은 매일 다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아침 일찍 또는 저녁 늦게, 자신에게 편안 시간을 정해놓고 일정한 분량을 꾸준하게 쓰다 보면 생각은 깊어지고 마음은 편안해지며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데일리 루틴으로 멋진 대학 생활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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