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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요구되는 것은 창조력이다
  • 편집국
  • 등록 2021-10-18 10:12:35
  • 수정 2021-10-18 10: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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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한 때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 쓰던 시대가 있었다. 스스로 옷을 지어입고, 밥을 짓고, 집을 지으면서 살았다. 그 시대는 누구나 스스로의 창조력을 자랑하였다. 의식주의 생활용구를 만들어서 이를 활용하고 살아가던 능력을 발휘하던 시대였다. 김장을 담그고, 술을 빚어서 자신의 자랑거리를 내세우고 입맛을 내고, 집안의 가풍을 자랑하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그러한 창조를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만을 최소한 만들어서 대량생산의 낭비를 막았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이 시대는 의식주의 거의 모든 것을 상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옷을 상품 레이블이 붙은 것을 골라서 입고, 집은 만들어진 기성품의 아파트나 빌라를 비롯하여 단독 주택 역시 만들어서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뿐인가? 음식도 포장재로 싸인 것에서부터 음식점에서 사먹는 시대가 되었다. 집안에서 밥을 하는 것이 예외적인 일이 되어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리는 이에 대해서 투덜거리지만 엄연하게 우리가 맞고 있는 현실이 엄혹하게도 상품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과도한 생산과 넘쳐나는 물신주의가 크게 짐으로 작동하고 있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지구촌의 생산량과 소비량이 결국 위협을 가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생태계도 이와 맞물려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자아내고 있다. 인류의 폭발적인 증가가 결국 지구 자체의 생존을 어렵게 하면서 동시에 인류의 멸절이라고 하는 큰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이다.

 적게 쓰고 꼭 알맞게 쓰는 일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의식주의 창조력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 우리는 세 가지 단어의 쓰임새에서 이에 대한 가능성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옷 짓는다고 하는 말을 생각하자. 옷을 만든다고도 하지만, 옷짓는다는 말은 매우 심오한 창조적 과정임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밥 짓는다라고 하는 말을 생각하여 볼 필요가 있다. 이 역시 간단하지 않은 말이다. ‘집 짓는다고 하는 말 역시 이와 같은 창조적인 미립에 바탕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짓는다라고 하는 것은 전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만든다는 것은 어떠한 일을 구상화하여 이를 작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글 짓는다라는 용례에서는 더욱 철저하게 되는 창조적 행위를 말하는 것일 수 있다. ‘짓는다라고 하는 것은 없음에서 있음을 향해가는 과정을 말하고, ‘만든다고 하는 것은 있음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달성하거나 완성하는 것을 말하는 의미를 담고 있을 수 있다.

 상품과 디지털 플랫폼이 극대화되면서 우리는 전혀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개인의 개성이나 창조력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SNS의 발달로 말미암아 일정한 알고리즘 내에서 자신의 개성은 점차로 몰각되어 가고야 만다. 속생각을 표현하고, 창조적인 발언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나의 행복이나 나의 불행은 비쳐질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찍어서 올리고 이름난데 가서 음식을 먹고 경치가 빼어난 곳에 가서 고작 사진을 찍는 것으로 대신한다. 어디 이뿐인가? 여러 가지 것들을 온통 기계로 알아내고 이를 체감하고 실현하는 과정이 거의 없다. 개인의 경험이나 체험은 아예 자리잡을 수 없다. 기후, 날씨, 하늘에 뜨고 지는 해와 달에 대한 측정만을 믿을 뿐이지, 실제로 체감하는 자신의 판단은 전혀 없다. 과학이 낳은 결과에 충실하게 승복하고 다만 자신의 충직한 복종과 복사만이 난무하고 있다.

 한 사람의 개인적인 창조력이 동시에 펼쳐지는 과정이 요구된다. 내가 알고 내가 살아가는 삶의 실감이 필요할 따름이다. 과정 전체에서 보이는 특정한 면모를 발견하면서 이를 통한 나의 설계와 고안이 필요하다. 군중적인 긍정이나 공감이 필요하지만, 나가 없는 시대에 나의 창조력을 믿고 사는 것이 진실로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집단심리의 추수주의적 성격을 가진 이들만의 고집일 수 있다. 나 한 사람의 소박한 창조가 빛이 나야 한다. 나 혼자 왔다 가는 흔적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이 지구의 한 점을 남기지 않고 사라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창조력이라고 하는 역설이 성립되는 시기를 우리는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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