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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갈리 없다
  • 편집국
  • 등록 2021-10-18 10: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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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교양대학 교수, 문학평론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은 이스라엘 다윗왕의 반지에 새겨진 문구다. 이 문구는 전쟁에 나간 아버지를 위해 아들인 솔로몬 왕자가 지어준 지혜로운 경구로 통한다. 현재의 슬픔이나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좋아진다는 의미로 통용되는, 이 말은 사실상 본래의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이 말의 원전을 현대에 맞게 해석하면 고통도 지나가니 절망하지 말고, 기쁨도 지나가니 함부로 교만하지 말고 항상 의연한 태도를 가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해석은 고통을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인생에 비추어 시간이 지나가면 사라져 버린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사실상 고통은 회피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잊히고, 무의식적으로 무뎌질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실의 문제는 과거가 되고 과거는 현실의 지혜가 되어야 하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 현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린 고통 밑에서 잠을 자거나, 고통 위에서 고통을 초월해서는 안된다. 고통은 마주하는 것으로 지혜가 생기며, 그 지혜는 현재를 살게 만들며 힘들 때마다 과거에서 소환되는 것이다.

 이 같은 솔로몬의 지혜는 유명한 일화에서도 등장한다.

 어느 날 같은 집에 살고 있는 두 여인이 갓난아기를 안고 솔로몬을 찾아와 서로 자기 아이라고 우기면서 이른바 판결을 요청한다. 한참 고민하던 솔로몬은 누가 친어머니인지 특별한 증거가 없으니 공평하게 둘로 나눠 가지라고 하면서 신하에게 칼을 가져오게 한다. 왕의 명령에 따라 신하가 칼을 들고 아기를 토막내려고 하는 순간 한 여인이 가로막으며 아기를 포기하겠으니 제발 죽이지 말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다른 여인은 왕의 명령대로 아기를 둘로 갈라서라도 나눠 달라고 했다.

 이때 솔로몬은 아기를 살려 달라고 애원한 여인이 친어머니임을 판결하고 아기를 돌려준다. 솔로몬은 친어머니라면 비록 아기를 남에게 주더라도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했다. 솔로몬의 판결은 모성애의 심리를 꿰뚫는 지혜에서 나온 통찰로서 그 당시 고도화된 정신이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사회는 솔로몬의 일화와 같은 친생자 확인 소송이라는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의 드라마처럼 친부모, 친자식의 문제의식은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맺기도 하고 끊기도 한다. 친생자 확인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 유전자 검사다. 유전자 검사는 사람의 체세포 속에는 생김새·크기가 같은 염색체가 쌍을 이루고 있는데 반은 아버지로부터, 나머지 반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고유의 유전자다. 그래서 소송 당사자의 혈액··머리카락 등을 채취해 유전자 감식을 하면 부모 자식 관계를 간단히 식별할 수 있는 것이다.

 유전자 식별 방법이 없었던 고대 솔로몬의 선택은 미묘한 사람의 심리와 정서를 투시해 읽어내고 극적인 재판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것이다. 이처럼 독단에 빠지지 않고 모성애라는 관점에서 인간 내면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 정서와 심리를 읽어내는 균형 잡힌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지나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현명하게 돌파했기에 역사 속에서 명판결로 기록될 수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고통스러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매 순간 무엇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는 삶을 연속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번 잘한 판단으로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지만 어떤 사람들은 한 번 잘못한 판단으로 평생을 후회하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4학기 동안 지속되는 코로나 19 상황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믿음과 함께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나름대로의 판단이 요구된다. 만약 코로나 밑에서 잠자거나, 코로나 위에서 벗어나 있었다면 2년이라는 시간을 버린 샘이다. 따라서 현실을 읽어내는 지혜와 미래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발휘하는 것이야 말로 지금여기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 역시 회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하면서 극복해야 할 현실의 문제다. 지혜로운 자에겐 이 또한 지나갈리 없으니’, 우리 마음속 깊이 빠지지 않는 반지처럼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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