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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홍보하고,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
  • 김희연
  • 등록 2019-05-14 1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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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경기대신문 특집 기획으로 “출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연재하고자 한다. 출판은 크게 △작가 △기획편집 △디자인 △홍보 △마케팅 △서점으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총 6가지 분야에서 종사하는 각각의 전문가에게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그렇다면 지난 호에 이어 이번에는 <홍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윤구 (문학과지성사 영업팀장)

 

 책마다 고유한 가치가 다르듯 서점에 진열돼 있는 저 수많은 책 들의 출간 역사 또한 각양각색이다. 작가의 원고 또는 출판사의 기획물들이 편집, 디자인, 제작, 홍보, 마케팅, 유통, 서점 등 각 담당자의 손길을 지나칠 때 마다 ‘책’은 더욱 더 ‘책’에 가까운 형태로 거 듭나게 된다. 홍보의 손길을 거친 콘텐츠는 차별성과 독창성, 다양 성을 획득해 독자의 입맛에 최적화된다. 그렇지 않은 상품들은 콘텐츠 자체의 힘만으로, 눈 밝은 독자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보다 더 매력 있는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서 홍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매력적인 독자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이다. 그 호기심을 자극하고 욕구를 채워주는 사람들이 바로 홍보 마케터들이다.

 

 출판 홍보 마케터들은 담당 에디터와 함께 해당 콘텐츠의 주요 ‘콘셉’을 정의하는 사람들이다. 책의 제목이 1차적인 ‘콘셉’이라면 홍보마케터들은 독자들에게, 누가? 무엇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전달하는 사람들이다. 우선 신간이 출간되면 출판사는 해당 도서를 독자들에게 가장 잘 소개시켜 줄 수 있는 오피니언 리더, 신문사 담당 기자, 온·오프라인 서점별 MD, 중대형 유통사 구매 담당자, 파워 유튜버 등 ‘전달력’과 ‘파급력’이 풍부한 플랫폼 담당자 혹은 SNS상의 팔로워들에게 신간이 출간됐음을 알린다. 자사의 SNS나 인터넷 서점에 독자 참여형 이벤트, 서점별 기획전, 유사한 상품과의 콜라보 기획전, 독보적인 굿즈 등 해당 신간 도서를 적극 알릴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해당 콘텐츠의 명확한 콘셉 도출과, 타킷설 정, 그리고 홍보 방식의 ‘재미있음’이다. 재밌는 발상은 1차적으로 홍보 주체자도 즐겁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들도 미소 짓게 한다. 일 잘한다고 소문난 출판사의 SNS 담당자의 게시물들을 살펴보면 일관된 현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가벼운 말들에 흔들리지 않는 담당자의 진정성과 콘텐츠를 소개하는 자신만의 ‘재미있는 방식’이 있음이다. 즉 자신만의 스토리 라인이 있고, 독자들로 하여금 친근감과 유익함을 같은 공간 안에서 함께 호흡하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단순하게 “신간이 나왔으니 공유합니다” 정도의 포스팅이라면, 업데이트하는 사람도, 그것을 보는 독자들도 심드 렁할 것이기에 차별성 없는 페이지는 금세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현대인의 일상을 ‘홍보’의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각각의 개인은 훌륭한 사용자이자 독창적인 뉴스 채널이며 데이터를 채워주는 그래프들이다. 그날의 소비 성향과 콘텐츠를 온라인상의 친구들 혹은 불특정 다수자들과 공유하며 급기야 홍보의 주체자로서, ‘방송’ 을 매개로 스스로를 홍보의 창으로 구현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홍보마케터들은 나보다 더 홍보를 잘 할 수 있는 주체들을 찾아, 그야말로 ‘홍보’를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같은 출판 계 혹은 B2B 플랫폼, 인터넷 서점 MD, 기업 폐쇄몰 담당자 등 각 사의 홍보 담당자들을 만나게 되면, 다음 달 기획은 무엇을 할 것 인가? 올여름 프로젝트는? 등등의 사유로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들이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들은 이미 시장에 서 검증된 창들이고 유용한 판매처라 할 수 있다. 유능한 홍보 마케터라면 해당 담장자들의 업무를 대신 해준다는 생각으로, 저들의 플랫폼에 자신이 기획한 배들을 띄울 수 있어야 한다.

 

 2015년 가을에 출간된 이성복 시인의 시론집 ‘무한화서’, ‘불화하 는 말들’, ‘극지의 시’를 론칭 했을 때를 말해본다. 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국시단에서의 이성복이라는 고유명사를 익히 들어 알고 있을 터였다. 하물며 이성복 시인의 시론집이라니…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큰 작가의 신간이 출간되면, 출간 1~2주 전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우리팀은 이 룰을 깨고 싶었다. 보다 더 빨리 독자들에게 출간 소식을 알려, 책이 나오기까지의 홍보기간을 앞당겨 잡고 싶었다. 해서, 생각해낸 프로모션이 ‘이성복 시론집 출간 임박 퀴즈 이벤트’였다. 출간 한 달 전에 이벤트 페이지를 온라인 서점과 자사 홈피 및 sns계정에 노출해, 이성복 시인의 ‘사유의 결정판’, 이성복 시인의 ‘공부의 귀결’ 등 의 콘셉으로, 퀴즈의 형식을 빌려 독자들에게 홍보했다. 이벤트 페이지 속에, 곧 출간될 신간들과 자사 브랜드를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시켰다. 당시 해당 홍보 페이지가 업데이트 된 후, 타출 판사들의 퀴즈 이벤트 형식의 프로모션들이 우후죽순으로 올라왔다. 홍보마케터들은 타사 홍보마케터들의 활동을 유심히 살펴보고 자사의 콘셉과 맞게끔 변형시켜 실행하기도 한다.

 

 어제 기획한 아이디어가 바로 실현될 수 있는 오늘날의 시장에서 홍보마케터는 대형 플랫폼 MD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 해야 한다. 인터넷 서점 등에 접속해 초창기 화면(종합 기획전), 각 분야의 기획전+이벤트 등을 유심히 살펴보면 된다. 페이지마다 담당자들의 고심들이 화려하게 진열돼 있다. 만약 내가 이 책의, 이 플랫폼의, 해당 담당자라는 생각을 갖고 접근한다면 의외로 재밌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를 것이다. 비단 온라인 서점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온라인쇼핑 업체들은 어떻게든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아두려 노력한다. 통계청 온라인 쇼핑 동향조사에 따르면 2018년 서적류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1조 8,211억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고 한다. 2001년 서적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834억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가슴을 치는 한 줄 카피, 발랄하고 재미있는 기획전, 나아가 콘텐츠를 빌어 세상에 알리고 싶은 담당자의 의도까지도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이미 온라인상에서의 모바일 쇼핑 점유율이 61%를 넘어섰다고 한다. 스마트폰에 잠 못 이루는 독자들을, 터치하는 순간 매혹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 위로의 말을 ‘위트 있게’, ‘센스 있게’, ‘유머스럽게’ 건네는 행위가 홍보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우리 영업팀에서 진행했던 ‘모멸감’ 이라는 책의 홍보 콘셉은 다음과 같다. “모멸감을 뛰어넘는, 당당한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한국 최초로 ‘모멸감’에 대해 해부하고 탐구하다”, “책으로 치유하는 모멸 감+연주로 힐링되는 모멸감”. 현대인이 살아가면서 겪게 될 ‘모멸감’에 대한 책으로, 모멸감을 경험했을 독자들에게 저자의 따뜻한 처방이 기록되어 있음을 주요한 포인트로 잡았다. 저자 강연부터 연주회, 출간 이벤트, 인터넷 서점과의 콜라보 기획전, 오프라인 서점에서의 공간 연출 등, 모멸감으로 말미암아 우울증, 소진증후 군을 앓고 있을 독자들에게 어떻게든 콘텐츠의 우수한 내용을 전달하려 애를 썼던 기억이 있다.

 

 홍보 가능한 최적의 매체를 찾아 해당 매체에 주요 콘셉을 전달 하는 행위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에서 다변화되고 집중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 나올 콘텐츠와 독자들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고민은 늘 새롭고 다채로워야 한다. 출판홍보의 경우 경력자이든, 신입사원이든 신간 도서 앞에서는 모두가 다 초짜다. 비슷한 책은 있어도 동일한 책은 없기 때문이다. 오직 유일한 해당 콘텐츠를, 어느 담당자의 손에 맡겨지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확장성은 달라진다. 요즘은 출판사마다 SNS 계정 담당자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한다. 독자들과 1:1 댓글을 주고받으며 자사의 출판물에 대한 피드백을 온라인상에서 확인한다. 이러저러한 유익한 콘텐츠를 공유하고 재미있는 이벤트와 공들여 만든 동영상을 업데이트하며 보다 더 창의적인 콘텐츠들을 구성하려 애쓴다. SNS 초창기엔 무작정 팔로워수를 키우자는 식의 경쟁이었다면 최근엔 소규모 회원이지만, 보다 더 내실 있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려는 계정들이 눈에 띈다. 이러한 활동들이 쌓일수록 해당 출판사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와 새로 나오는 신간들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가 이어질 것이다.

 

 끝으로 청춘의 통과의례와도 같은, 기형도 시인의 『길 위에서 중 얼거리다』를 홍보 한다. 이 책은 그의 첫 시집이자 유고 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1989)에 실린 시들과 미발표 시들 97편 전편을 모으고, ‘거리의 상상력’을 주제로 목차를 새롭게 구성한 책이다. 그의 죽음 이후,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기형도의 시들은 언제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 ‘청춘’의 정상에 서 있다. 그것은 그의 시들이, 여전히 ‘청춘’을 통과하는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혹, 육체적인 나이를 먹었음에도 아직 청춘을 앓지 못한 분들께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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